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sight Queen Jul 10. 2023

(5화) 아이와 함께 사는 세상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 첫 치과진료

요즘 아이는 하나의 장면과 다른 장면의 논리적 인과관계를 습득해 보인다.


이를테면 왜 오늘은 장난감을 사?라고 말하는 것이다.


말문이 막혔다. 너에게서 처음 듣는 질문.


그냥 이유없이 왜냐고 물어보는게 아니라. 매번 마트에서 장난감 하나 사기도 허락하지 않던 엄마에게 왜 오늘은 장난감을 사냐고 묻는 너.


그리고 3일 전부터 자꾸 오른쪽 턱이 차갑다고 한다. 키위를 먹을때 였다.


공교롭게도 2주전부터 우리가 예약해둔 치과 진료가 있어 오늘은 드디어 3시간 금식을 하고 오전 9시 치과에 도착하였다.


무려 충치 9개와 여러번 찍는 엑스레이. 울음을 터뜨릴것 같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마음이 아파 혼났다.


치과는 재워서 진료하는 것을 권유했다. 나는 이 작은 아이의 몸에 마취를 하고 싶지 않았다. 마취약이 몸에 돌면, 총명한 뇌회전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경험적으로 이것을 알고 있다.


아무래도 우는 아이에게 3명의 간호사가 달려들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그들에게 편한 방법이겠지.


레진치료 동안 울다가 구역질 하는 아이의 목소리를 진료실 문 밖으로 들으면서 마음에 구멍이 생기는것 같았다.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불쌍한 우리 애기. 얼마나 아플까. 마취주사는 상대적으로 덜 아픈 수준이었을 것이다. 오늘 밤부터는 무조건 치실을 사용해서 관리해야겠다. 어른처럼, 우리처럼 전동칫솔을 사용하면 충분히 예방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잘못이다. 마취주사를 맞고 큰 미끄럼틀을 한번 타고 내려와 내 품에 안기며 말했다. 엄마 책읽고 싶어.


큰 미끄럼틀 옆에는 큰 나무 책들이 가득하다. 초등학생들이 읽을만한 어렵고 복잡한 주제의 책들. 씨앗에 관한 책을 읽다가 다시 진료를 받으러 걸어가는 아이. 많이 아팠을텐데 책을 읽겠다고 말하는 아이가 신기했다. 너를 위해 우리가 항상 책을 읽어주려 노력하는데, 무엇인가가 하나씩 달라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점심시간, 우연히 내 옆에 앉은 같이 일하는 동료 선생님에게서 "우리 아이는 아빠를 닮아 타고나기를 충치가 없다"라고 말하는 말을 들었다.

이 여성은 무슨 클루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일까.무엇이 또 꼬여있는 것일까?

나는 그녀의 또다른 반응이 궁금했다.


우리 아이와 같은 반이면서 ADHD 경계선상(아직 임상적 진단은 받지 않은것으로 알고 있으나)의 아이가 우리 아이의 자동차를 부수고 심지어는 할퀴기까지 한다고 말헀다. 자기 전에 나에게 이런 내용들을 말하는 우리 아이의 말을 전해주며,


선생님 같으면 어떻게 말하시겠냐는 말에

"나는 그런적이 없어서","매번 당하는 아이만 당하던데"라고 이야기하는 이 여성.


클루지바이러스 중에 중상급의 바이러스에 감염된게 확인사살되었다.

작은 대화의 맥락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여성을 억누르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어 상당히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순간 '당신의 아이에게 더 심한, 곧 그런 일이 생기길 바래요.'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했지만. 저주의 말을 입밖으로 할뻔했다. 그러나 생각과 말은 항상 같지 않던가. 나는 오늘 그 여성과 그 여성이 끔찍하게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저주를 건것이기도 할 것이다.


요즘 내 생각을 자각하고는 화들짝 놀라곤 한다.

그리고 자청의 책을 읽으며 나도 또한 예전의 나와는 분명 무엇인가가 달라졌다는 판단이 든다.

정확히는 모르겠다. 이해력이 빨라지고, 한 수에서 두 수 정도 앞이 보이는것 같다.

예전 같으면 대화하고 화냈을 저런 모지리(?)와의 대화에 굳이 같은 모지리 화법을 써서 응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자격이 없는 그래프로 따지자면 굳이 저 아래 어디인가로 두는것 뿐.

클루지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들이 조직내에 한둘이 아니다.


환경이 좋지 않아서, 독서를 하지 않아서,

그 무엇이 되었던 간에 나보다 아래인 자들을 측은히 여겨 본다.


내 아이는 더 좋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독서를 가르칠것이다.

칼을 가는 마음으로 조만간 그들위에 합법적으로 올라설 수 있을 날을 기다리며.






















 





작가의 이전글 (4화) 아이와 함께 사는 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