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sight Queen Jan 09. 2023

(4화) 아이와 함께 사는 세상

비보를 들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게 이런 표현일까. 소식을 들은지 일주일이 넘었건만 아직도 가슴이 욱씬거리고 눈물이 날것 같이 눈앞이 뿌얘진다.


그녀를 처음 만난건 아이가 배 안에 있었을 때 였다. 결혼식때보다 다소 살이 많이 찐 임신 8개월의 모습으로 우연히 마주친 그녀는 타고난 미인이었다.


웃으며 그 때 결혼한 딸의 동생이냐고 묻길래, 그게 저라고 대답하며 내가 살이 많이 찌긴 했다는 사실에 서글펐던것도 사실이다.


우리엄마는 자연미인이다. 그녀는 엄마 쪽 친척 식구 답게 정말 눈,코, 입 모두 예뻤다. 성격도 사근사근 하다고 했다.


첫 아이는 우리 어린이집을 한참 전에 졸업했고, 지금은 임신 5개월이라고 했다. 배안에 쌍둥이가 있다고 했다. 남산만한 나의 배와는 다르게 임산부라고 말하지 않으면 임산부인줄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3개월 전부터 코로나 후유증으로 병원에서 나오지 못하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렸다. 남의 일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곧 나오겠지 싶어서 그래요? 라고 되묻지도 않았던 것 같다. 


이제 태어난지 갓 돌이 된 아이들이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면 엄마 미워!라고 이야기 했다고 하길래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하루빨리 나와서 아이를 안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엄마를 지독하게 보고 싶어하고 그리워할 아이의 마음도 떠올랐기 때문이다. 


새해가 밝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낮잠시간에 손을 빨면서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고 있는 아이들이 안쓰러워서 마음이 아팠다. 남의 일인데, 이렇게 마음이 쓰이고 아팠던 적이 없었다.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그녀의 빈자리가 얼마나 클까. 아이들은 또 얼마나 어렵고 힘들까. 땅을 치며 내가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엊그제는 혼자 운전을 하다가 끊임없이 슬퍼지는 나에게 스스로에게 말했다. 아니야. 남의 일이야. 나는 내 인생을 살아내야해. 슬프지만 거기까지야.라고.


ENTJ의 성향으로 인생의 초반부를 보내다가 ESTP의 성향으로 바뀌면서 타인의 감정이나 정서에 대한 동질감을 잘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어쩔 땐 숨이 막히게 슬퍼서 아무일도 할 수가 없다.


엄마를 잃은 큰 아이는 늘 가던 친구네 집에서 이제 더이상 놀러오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엄마가 없으니까. 세상 기가 막힐 일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자기아이가 소중하다고 하지만 서로 슬픔의 정서를 공유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과 태도를 길러주는 것도 아이를 교육하는데 필수적인 부분이텐데. 다시 한 번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치가 떨렸다. 나쁜 사람들 같으니라고.


잿빛 먼지가 가득해 며칠째 하늘이 흐리다. 저 너머의 아이들이지만 부모님을 통해 계속해서 소식은 전해듣겠지. 그들을 위해 내가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없을까. 마음이 아파서 살 수가 없다.









 





작가의 이전글 (3화) 아이와 함께 사는 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