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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즈샘 Jul 30. 2023

교사의 입에서 "조심하겠다"라는 말을 듣고 돌아와야한다

7.22 교단일기: 교사의 입에서 "조심하겠다"라는 말을 듣고 돌아와야 합니다


내 생각에 사람이 행복하게 일을 하려면, 셋 중의 하나는 있어야 한다.


1. 성취감

2. 높은 급여

3. 외부로부터 인정과 감사함


1. 지금까지 교직생활을 하면서 나를 지탱해 준 것은 성취감인 것 같다. 이런저런 놀이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이 좋아할 때면 뿌듯했다. 수학, 영어와 달리 사회는 선행이 없어 더욱 마음 써서 만든 놀이학습 교구가 상품화되는 등 나름 개인적인 성취도 있었다.


2. 높은 급여는 공무원이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2023년 교직의 급여상승률은 1.7퍼센트이다. 물가상승이 심각한 상황에서 공무원으로서 고통분담을 충분히 하고 있는 셈이다. 급여를 생각하면 교직에서는 기쁨을 찾을 수 없다.


3. 교사로서 생활하며 느끼는 것은 학교 담임교사의 책임은 점점 커지는데, 그에 대한 인정과 감사함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담임이 해야 하는 일은 자꾸만 늘어나고 줄어들지를 않는다. 학생들은 교사가 해 주는 모든 것이 당연하며, 학부모님들도 교사가 하는 모든 일이 당연하다.


이러한 인정과 감사함이 사라진 것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내가 보기에 학교 외부 사람들의 교사에 대한 줄기찬 요구와 비난이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오은영의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이라는 책을 읽고 앞으로 교직이 정말 더욱 힘들어지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마음이 힘든 아이는 어디에나 있고, 누가 뭐라 하더라도 그 아이의 담임을 하게 된 선생님은 1년 동안 고생을 많이 하게 된다. 이러한 마음고생의 버팀목은 그래도 학생을 바른 길로 이끌겠다는 성취감 또는 사명감이 아닌가 싶다. 교사의 급여는 마음고생을 더 마음고생으로 밀어 넣는 역할만 할 뿐이다. 이때 마음이 힘든 아이의 부모님께서 담임이 노력하고 있음을 알아주시고 감사함을 표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마음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일단 지켜보시는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교사는 힘을 얻을 것이지만....


교사로서 마음이 힘든 아이를 인내하는 과정이 '당연한' 것에서...

...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담임인 나에게 와서 내 입에서 '조심하겠다'라는 말을 듣고 가려고 학교로 오신다면... 나는 그 학생을 마음에서 놓아버릴 것 같다. 1년만 어떻게든 데리고 있을 뿐, 지도를 포기할 것이다.


오은영 박사야 마음이 힘든 아이 1명을 조용한 공간에서 아주 높은 상담료를 받으면서 일주일에 몇 번 보겠지만 담임은 마음이 힘든 아이를 다른 학생들이 가득한 소란스러운 공간에서 매우 박봉을 받으면서 5일 동안 본다. 수업시간에도 보지만 쉬는 시간에도 보고 하교 후, 학교 밖에서 다툰 것까지 모두 지도한다.


오은영이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이라는 책에서 '담임교사, 나랑 너무 안 맞아요. 학교 가기 싫어요'에서 교사를 묘사한 것을 보면 교사는 청소를 열심히 시켜도 문제고 글씨지도를 열심히 해도 문제고 활동적이어도 문제고 목소리가 커도 문제고 그냥 문제 그 자체이며, 교사는 금쪽이들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적이다. 금쪽이의 부모님은 그 적에게, 아니 교사의 입에서 "조심하겠다"라는 말을 듣고 돌아와야 하며 금쪽이에게 '너희 선생님이 좀 조심하겠다고 하셨는데, 너를 놀라게 할 의도가 있으신 것 같지는 않더라'라고 승전보를 울리셔야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금쪽이의 마음에 담임교사가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하면 학기 초면 전학 가고 학기 말이면 좀 참다가 '교감이나 교장을 찾아가 보도록' 하고 '그다음 해에 담임교사를 배정할 때 고려해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라고 한다. '교장이나 교감이 봤을 때 그 아이와 덜 부딪힐 만한 교사를 골라 반을 배정해 줄 거예요'라니.....


읽다가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 반 배정은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담임교사가 무슨 상품인가? 금쪽이의 입맛에 맞는 교사를 골라서 가게? 반 배정은 내가 경험한 학교 모두 제비 뽑기였으며, 교감선생님은 학년 배정과 행정업무 배정에서는 분명히 큰 역할을 하시지만 반 배정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으신다. 반 배정은 학생의 입장에서도, 교사의 입장에서도 운이다.


오은영은 자녀교육에 있어서 파급력이 큰 인물이니, 학교에 대해서 쓸 때에는 적어도 반 배정 시스템이 어떻게 되는지 자문을 구했어야지 저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써 놓으면 반 배정에 대해 더욱 민원이 증가할 것 같다. 그리고 오은영의 이 책을 읽고 교사의 입에서 "조심하겠다"라는 말을 듣고 돌아가려는 학부모가 늘어난다면, 교사가 열심히 지도할지 아니면 지도를 포기해 버릴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어쩌다가 교사가 이렇게 되었을까.


방학 동안 나도 금쪽이들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교육도서랍시고 읽은 오은영의 책에서 무력감만 느끼고 책을 덮었다. 읽다 보니 오은영은 담임교사를 적으로 이미 단정 지어 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 출근길에 오은영의 화해를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는데 교사를 이렇게까지 문제집단으로 몰아가는 사람일 줄이야...


이 사람이 이렇게 교사를 몰아가면 이미 민원이 넘치는 학교에 더욱 민원이 넘치게 될 것 같다.

앞으로 나는 금쪽이 부모님의 말씀에 대해 나름의 교육적 입장을 밝히는 자세를 지양하고 그저 조심하겠다고, 조심하겠다고 듣고 싶은 말씀을 드린 후, 금쪽이는 마음에서 놓아버려야겠다.


사회에서 만난 어른인 교사를 민원의 힘으로 제압하면서 성장한 금쪽이는... 오은영의 말처럼 '커가면서 상대방만 너를 배려하고 이해할 수는 없어. 너 또한 상대방을 이해하고 처한 환경에 맞춰 나가야 해'라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하다 보면 언젠가는 드디어 성장하여 환경에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게 과연 언제가 될지는 신께서만 아실 것 같지만 말이다.

학교 현장을 모르면 말씀이나 마십시오 오은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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