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시점으로 바라본
23년 6월, 이별한 후부터 지금까지 가수 이소라 님의 노래를 틈만 나면 듣고 있다. 편하게 그녀라고 하겠다.
그녀 노래 중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를 들으면 그렇게 마음이 아팠다. 모든 노래를 잘 부르는 x였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노래였다. 자주 불러 달라했고 들을 때마다 그를 향한 나의 마음이 커져갔다.
설렘이자 슬픔이라는 의미가 되어버린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를 포함한 대중에게 잘 알려진 몇 곡을 반복해서 들었다.
그러다 그녀의 노래를 잘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별 다음 달인 7월, 보컬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더 이상 x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도록 나의 목소리로 그 노래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보리다라는 굳은 다짐이 포함되어 있었다. 약간의 경쟁심도 있달까.
보컬 수업을 받고 발성 연습을 하면서 그녀의 노래를 연습할 기회가 오게 되었고 라이브와 그녀의 표정, 호흡, 몸을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연구했다.
나는 그녀의 음악에 풍기는 가사의 내용과 고독함의 결이 나와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에 혼자만의 동질감이 들었다.
그녀의 다른 음악들은 어떤 느낌일까 하며 앨범들을 하나씩 꺼내 듣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나와 그녀만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 노래를 발굴하고 싶었달까.
재즈, 팝, 알앤비 쪽으로 치우쳐진 기존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가 그녀로 채워지는 걸 보니, 나 상당히 진심이구나라고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 그녀는 나의 최애 아티스트로 청취 시간이 전 세계 0.01%에 속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한 곡 한 곡에 담긴 특정 대상과 추억을 영원히 노래에 압축시켜 놓은 것에 대하여, 그런 노래를 콘서트나 방송에 몇십 년이고 부르는 것에 대하여 그녀를 향한 경외심이 들었다.
분명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도록 끌어올려주는 것도 음악이었을텐데 한 없는 우울감과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우물 안으로 끌어내리는 것도 음악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곡도 아닌 곡에 x와의 추억이 담겨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슬픈데 그녀는 과연 어떠한 마음으로 부르는 걸까. 그녀에게 음악이라는 것은 유일한 감정 해소의 방법이자 영원한 고독과 체념이 아닐까.
진정성있는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하나의 포켓몬 볼에 하나의 몬스터만 존재하는 것처럼 그 하나의 제목을 가진 음악도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그 노래를 쓰게 된 그녀의 누군가와 상황 그리고 감정선으로 돌려놓는 것 같다.
많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처럼.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유일하게 내가 해소할 수 있는 게 또 그것이기도 하기에 놓을 수 없는 운명인거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삶의 의지가 담긴 행위.
물론 프로답게 노래의 시작과 함께 몰입과 집중을 하고 노래가 끝나면 탁 털어낼 수도 있고 감정을 뺀 감정 연기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프로도 사람이기에 항상 그렇게 2분법 적일 순 없을 것 같다. 감정의 여운이라는 게 있지 않을까. 무대가 끝나고 집에 들어가 혼자 있을 때의 그 적막을 보내는 것이 지독하게 외로울 것 같다.
무례할 수도 있지만 그녀를 위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12월, 우연히 그녀의 30주년 기념 콘서트 추가 회차가 열렸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티켓팅을 했다. 티켓팅 후 사연 이벤트도 한다 그래서 위의 내용과 겹치는 느낌으로 사연을 보내고 당첨이 되어 2번 가게 되었다.
콘서트날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위태로워 보였다. 콘서트 첫날이 2년 만의 첫 외출이라고 했다.
내가 혼자 생각하고 있던 그녀의 고독과 가녀림을 직접 목격하니까 금방이라도 깨질 것만 같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닳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으면 이 자리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녀가 청중과의 소통이 적었다거나 콘서트 측 기획이 미흡해 보였던 부분들과는 별게의 이야기다. 그녀의 다음 앨범을 몇 년째 기다리고 있는 팬들의 성원, 재판매하는 LP가격이 사악하다는 댓글들, 콘서트가 끝나면 암묵적인 행사로 앙코르를 원하는 관객과도 다른 개념이다.
그녀의 상태를 본 첫날 관객들은 무대가 끝나고 모두가 소리를 치며 앙코르를 하지 않았다. 그녀가 놀랄세라 조심스럽지만 애정이 담긴 격려의 박수를 짝, 짝, 짝. 몇 분 간 지속하다 이내 잠잠해졌을 뿐이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를 포함한 모두가 비슷한 걸 알고 있다는 걸 느꼈던 순간이다. 그녀는 용기를 냈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남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어주고는 그녀는 홀로 치유되지 않는 상처 난 마음을 두고 그런대로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나보다 띠띠동갑 이상은 차이나는 분인 것 같은데 말이다. 버릇없어 보이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다.(이제 와서)
2일 차 콘서트에는 초반부터 음이탈이 났고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아 공연을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1일 차 때보다 더 소통도 없어서 괜히 혼자 그녀의 눈치까지 보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몇 안 되는 말 중에서 기분은 1일 차 보단 나아졌다고 하셨다.
콘서트 당시에는 사연을 받은 것조차 그녀는 몰랐던 것 같은데 지금쯤은 그녀에게 내 사연이 닿았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끝으로, 그녀를 인터뷰한 것도 아니고 그저 너무나 애정하는 나머지 혼자 주관적인 느낌을 남긴 것이기에 내가 쓴 그녀의 감정선과 상태가 진짜인 것 마냥 누구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