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박자와 유연한 멜로디
조금 마음이 들떴을 때 글을 쓰고 싶다. 가벼운 리듬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다. 멈추지 않고 써 내려갔으면 좋겠다. 조금 신나는 음악을 틀어 본다. 글도 조금은 흔들흔들 박자를 갖게 되려나? 음악의 분위기를 내보일 수 있을까? 듣고 있는 음악의 박자를 따라 키보드 소리가 경쾌하다. 박자에 맞추는 듯 하지만 키보드 소리는 다른 멜로디로 가사와 전혀 다른 글을 쓰고 있다.
랜덤으로 틀어놓은 플레이 리스트에서 재즈풍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깨가 박자를 맞추고 손가락이 그루브를 타는 것 같다. 음악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일정한 박자에 유연하게 변하는 리듬으로 연주하는 게 재즈라는 건 안다. 재즈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다. 정해진 틀 속에서 자유롭게 노는 게 재즈가 아닐까. 가요를 재즈로 바꿔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있다. 악뮤의 노래가 다른 음악으로 변해있다. 아는 노래도 재즈로 편곡하면 색다른 음악이 된다. 재즈는 정해진 악보 위에서 연주되지만, 그 안에서 연주자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 연주해 낸다는 점에서 즉흥적인 흥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 음악은 녹음하지 않으면 똑같이 흐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정해진 틀 안에서 자유롭게 놀고 싶다. 일정한 박자를 맞추듯 하루의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그 안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흐르고 싶다. 그게 글쓰기였으면 좋겠다. 하루는 늘 비슷한 순서로 흘러간다. 아이들의 아침을 준비하고, 등교를 시키고, 청소기를 돌리며 집안을 정리한다. 변하지 않는 박자처럼, 어김없이 반복되는 박자다. 하지만 그 반복이 꼭 지루함만을 의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즈의 연주자들이 일정한 박자 위에서 자신만의 멜로디를 만들어 내듯이, 나 역시 일정한 박자에 나만의 흐름을 찾고 싶다. 정해진 박자를 따라가면서도, 정해진 시간표를 따라가면서도 그 사이사이에 나의 숨결을 얹는 것, 그것이 내가 원하는 자유의 리듬이다. 그 일정한 박자 사이에서 나는 잠깐 멈춰 유연하게 글 한 줄을 적어본다. 그것이 나만의 리듬이 되길 바란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길지 않아도 된다. 그저 지금 스쳐가는 생각을 붙잡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 이 순간도, 그런 리듬이다.
나의 문장 하나하나는 작고 느슨하다. 그 작고 느슨한 문장들로 글을 엮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백지를 쳐다본다. 무얼 엮어 화음을 이룰 수 있을까. 둥 타다닷, 이 리듬이 좋다. 그리움과 즐거움 그 사이에 있는 이 리듬이 좋다. 나의 작고 느슨한 문장도 그리움과 즐거움 그 사이에 있다. 재즈는 아직 일교차가 있는 요즘 날씨와 어울린다.
재즈는 일정한 박자 위에서 자유롭게 흐르는 음악이다. 글쓰기 역시 그 안에서 생각이 자유롭게 흐른다. 재즈 연주자가 순간의 감정에 따라 멜로디를 바꾸듯, 글을 쓰는 사람도 문장을 쓰며 생각을 확장해 나간다. 그래서 글쓰기는 정해진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즉흥 연주와도 같다. 이글도 지금 즉흥적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글쓰기가 정해진 틀 속에서 자유롭게 노는 놀이가 되려면 내 마음이 일정하게 즐거워야 한다. 마음이 조금 들떠야 한다. 붙잡는 마음이 아니라 흘러가는 마음이 좋을 것이다. 눈을 붙잡는 글이 아니라 지나가는 글이 되어도 좋다. 흘러가는 마음이니까. 백지를 채우는 리듬이니까. 다시 연주될 수 없는 하루를 녹음하듯이 이렇게 몇 자 적어볼 뿐이다. 백지를 채우고 내 하루의 리듬을 채우는 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