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수선화
3월 중순에 감자를 심었다. 우리는 감자를 심으면 봄이 왔다고 말한다. 농번기의 시작이다. 4월이 되니 몇 주 전보다도 햇볕이 따뜻해졌다. 해놓을 일을 끝내지 못했을 땐 마음이 불편했는데 감자를 심고 보니 마음 놓고 봄을 만끽한다. 개나리가 활짝 폈다. 우리가 있는 이곳은 벚꽃 개화시기가 늦어서 아직 꽃봉오리가 터지지 않았다. 햇빛이 어서 벚꽃 팝콘을 터트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봄이 되면 자연히 우리는 주말 농사꾼이 된다.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시댁과 농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아이들에게 자연 놀이터가 되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아이들은 황토를 가지고 흙놀이를 했고 아빠가 잡아 온 땅강아지를 구경했다. 농장이 있어서 가능한 것들이 있다. 봄의 새싹으로 고추싹을 구경하고 감자를 심는다. 감자를 다 심으면 모 심을 준비를 한다. 여름엔 고추와 블루베리를 딴다. 가을엔 벼를 거두고 고구마를 장작불에 구워 먹을 것이다. 열무를 솎아 내고 김장 무를 키운다. 추워져도 배추는 파릇할 것이다. 방금 말한 농작물을 우리는 다 재배를 한다. 예상되는 주말농사꾼의 1년 나날이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거드는 일들은 체험이 된다. 다른 아이들은 돈 주고서 하는 체험을 우리 아이들은 공짜로 체험한다. 체험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아이들이 정말 체험이라 할 만큼 일손을 돕고 할아버지 집으로 쏙 들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른들이 일하는 동안 자기들끼리 놀거리를 찾아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기특하다. 계절의 시작인 봄이 온 것으로 우리의 사계절이 그려진다. 겨울의 쉼이 길게 느껴졌는데 봄이 시작하면 그 겨울도 짧게 느껴진다. 그만큼 농번기는 빠르게 돌아간다.
이번 해엔 감자밭을 늘렸다. 나는 이제 온 봄을 즐기기도 전에 벌써 여름을 기대한다. 우리 식구들은 감자를 좋아해서 감자를 1년 내내 쟁여 놓고 먹는데 그 1년 식량이 여름에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무더위 속에서 캘 때는 힘들 것이다. 우리는 주말에만 가서 일손을 거든다지만 평일의 시부모님은 더위와 싸우셔야 한다. 여름은 싱그럽고 활기차지만 그늘 없는 밭에선 구슬땀을 닦아내느라 바쁠 것이다. 그래도 감자는 맛있다.
모 파종을 하기 전에 봄을 누려야 한다. 수선화를 보러 가고 벚꽃이 좀 더 빨리 피는 친정으로 놀러 간다. 지난 주말에는 수선화로 유명한 유기방가옥에 다녀왔다. 유기방가옥에 들어가는 마을 어귀부터 수선화가 피어있었다. 정작 유기방가옥 내부 모든 곳이 만개하진 않았지만 꽃놀이 분위기 낼만큼은 펴있었다. 노란 꽃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며 고개를 까딱거리는 게 반갑게 인사를 해주는 것 같았다. 수선화 축제 기간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감자와 수선화로 시작한 봄은 마음을 설레게 했다. 참 이상하게도 봄에는 밖에만 나가도 설레게 된다. 만나는 모든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선선한 바람, 터질 듯 터지지 않은 꽃봉오리, 밖에서만 들을 수 있는 품바 음악, 짭짤한 번데기,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밖에서 만나면 모든 게 반갑기만 하다. 옷이 가벼워진 만큼 마음도 가벼워져서 조금 들뜬다. 이게 봄이 주는 마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