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고

by 보포름

날이 따뜻해져서 좋은 건 창문을 오래 열어둘 수 있다는 것이다. 날이 추웠을 때는 잠시 환기시킬 때를 빼고는 창문을 오래 열지 못했다.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집안 온도를 유지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창문을 오래 열어도 집안이 춥지 않다. 그러면 나는 미세먼지가 좋은 날에는 창문을 오래 열어둔다.


이중창으로 되어 있는 창문은 닫혀있으면 세상과 단절된 듯이 고요하다. 집안은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래서 창문이 닫혀 있을 때면 내가 혼자 있다는 것이 더욱 두드러진다. 나의 멈춤이 집안의 침묵이 되고 나의 움직임이 집안의 소리가 된다. 하지만 창문을 열어두면 세상과 연결되는 것 같다. 바깥바람이, 세상의 공기가 집안으로 들어온다. 문이 닫혀 있으면 내 세상은 좁아지고 창문을 열면 내 세상이 넓어지는 느낌이다.


도로에서 들리는 차 소리가 세상이 굴러가고 있다는 걸 감각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들린다. 단지 내에서 원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까치 소리, 분리수거하는 소리, 엄마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 장난치는 큰 아이들의 고함 소리, 어린아이의 뾱뾱이 신발 소리. 창문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는 나의 마음을 조금씩 들뜨게 한다. 신발을 신고 그 세계로 나가고 싶게 만든다. 창문을 오래 열어두는 날은 산책하기에도 좋은 날이다. 그래서 요즘은 거의 매일 산책을 나가게 된다.


창문을 열어 세상과 연결되는 느낌은 TV나 라디오, SNS 같은 매체를 통한 연결과는 다른 감각을 준다. 디오나 TV는 전달된 세계를 보여준다면 창문은 존재하는 세계를 집안으로 들여놓는 것과 같다. 뾱뾱이 신발 소리나 분리수거 소리는 누군가에 의해 편집된 소리가 아니라 삶의 잡음이다. 어떤 의도나 목적 없이 삶이 그 자리에 있음을 소리로 전달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는 다른 삶이 거기 있다고 생각하면 반갑기도 하다. 그 투박한 생명력이 반갑다. SNS는 전시된 세상과 비슷하다. 창밖에 들려오는 소리는 예상되지 않은 투박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면 SNS는 타인의 예쁘고 특별한 순간을 알게 한다. 창밖의 소리는 내게 반응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들려오는 것뿐이고 나는 그 소리를 배경음악처럼 누리기만 하면 된다. 이 무심한 연결이 나를 자유롭게 만든다. SNS처럼 좋아요를 눌러서 관계를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날이 좋아지고 산책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나는 SNS와도 조금 멀어지고 있다.


창문을 열면 세상이 살아있다는 맥박을 느낀다. 라디오를 들으면 위로를 얻는다. SNS를 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확인하게 된다. 모두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만 나는 분리수거 소리에서 삶의 현장을 느낀다. 아이의 뾱뾱이 신발 소리가 더 진실하게 느껴진다. 오늘의 미세먼지는 좋음이다. 창문을 연다. 나는 오늘도 산책을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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