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날씨도 화창하고 볍씨 파종하기 좋은 날이었다. 발아된 볍씨를 파종하기 위해 우리는 아침 일찍 시댁으로 향했다. 볍씨를 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말을 들어 보니 볍씨를 소독해야 했다. 볍씨 소독은 단순히 씻는 과정이 아니라, 종자를 통해 전염되는 키다리병, 도열병, 깨씨무늬병 등을 예방하는 아주 중요한 단계였다. 쭉정이와 불순물을 소금물로 가려내고 온탕 소독과 약물 소독을 한다. 소독한 볍씨를 바로 심는 것이 아니라 침종(물 불리기)과 최아(싹 틔우기) 과정을 거친다. 그 작업 과정은 시부모님과 이웃분들이 이미 끝내놔서 우리는 파종기 작업만 하면 됐다.
볍씨 소독을 마치고 싹을 틔운 뒤에는 본격적으로 모판에 옮겨 심는 파종 단계로 넘어간다. 요즘은 효율성을 위해 자동 파종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파종기는 기계식 벨트 위로 모판이 지나가면서 순차적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구조다. 먼저 빈 모판을 벨트 위에 올려두면 벨트가 움직이며 상토를 채운다. 그다음에는 물을 주고 볍씨를 뿌린다. 그리고 다시 흙을 덮는 식이다.
빈 모판을 나르는 사람, 모판을 하나씩 집어넣는 사람, 상토를 기계에 부어주는 사람, 파종기에서 나온 모판이 밀리지 않도록 빼주는 사람, 쌓인 모판을 나르는 사람, 모판을 쌓아주는 사람 등, 각자 분할된 역할에 따라 빠르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 이 작업을 위해 온 가족이 출동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꾼은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올해는 5천 개의 모판을 준비했는데 파종기가 있어서 반나절만에 작업이 끝났다.
농사는 날씨가 도와줘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날은 화창하고 바람도 불어서 일꾼들 땀을 식혀주기도 했지만 흙바람에 고생하기도 했다. 작업이 끝나고 남편은 계속 코에 들어간 흙을 풀어댔다. 아들이기 때문에 가장 힘든 작업을 했는데 온몸이 흙투성이 었다. 아마도 근육통으로 며칠 고생할 것이다.
나는 직접 작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며느리로서 새참을 준비하고 마실 것들을 날랐다. 그리고 육개장 20인분을 끓였다. 처음으로 20인분의 육개장을 끓일 때는 진땀을 뺐는데 이것도 몇 년 해봤다고 어렵지 않게 끓일 수 있었다. 그래도 어머님이 바쁜 중에도 내가 고생할까 봐 반찬들을 해놓으셔서 나는 새참과 육개장만 끓이고 상 차리고 치우기만 하면 됐다. 매년 농번기마다 느끼는 거지만 늘 농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시부모님이 존경스럽다. 벼농사만 하시는 게 아니라 더 그런 것 같다.
볍씨들이 따뜻한 봄기운 아래서 튼튼하게 싹을 틔우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올해 농사도 풍년이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