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안나>에서 가난한 세탁소 집 딸로 태어났지만 부유한 척 행세하는 안나가 결혼을 앞두고, 진짜 부모님 대신 부잣집 부모님 대역을 해줄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결혼식날 머릿결과 구두를 좀 더 신경 써주세요.
저는 여유 있는 사람을 판단할 때 머릿결과 구두를 보거든요."
가난의 굴레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던 안나는 늘 부유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느꼈을 것이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걸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가진 사람들을 집요하게 바라보며 또 원했을 것이다.
나도 내가 가지지 못한 걸 가진 사람들을 집요하게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부모의 사랑을 목말라하고 웅크려 있던 어린 시절, 부모님께 사랑받고 자라는 친구들을 늘 부러워하고 힐끔힐끔 무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이 잘 익은 사과처럼 반질반질 빛이 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무엇보다 다른 건 미소였다.
아기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지켜진 해맑은 웃음. 그것은 상냥한 승무원의 입꼬리처럼 연습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엄마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미소를 잃지 않은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같이 웃었고, 나는 그런 사람들을 늘 동경하고 또 시샘했다.
아기를 낳고 보니 아기는 맨날 울고, 또 항상 웃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입이 세모가 되어 까르르르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평생 아이에게 단 하나만을 해줄 수 있다면, 그 웃음을 지켜주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