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다시 찾은 델리. “하이 마이 프렌드! 다운타운 300루피!” 새벽 1시 반, 델리 공항 밖은 택시 기사와 중개인들로 붐볐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선불요금 택시' 대신 조금 더 저렴한 민간 택시를 선택했다. 흥정 끝에 350루피에 시내까지 가기로 하고 차에 올랐다. 운전사 외에도 현지인 한 명이 동승했는데, 그는 운전사의 친구라며 도중에 내릴 거라고 했다. 피곤한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빠하르간지로 가주세요. 여행자 거리 입구에 내려주세요.” 운전수는 "예약한 호텔이 어딥니까?"라고 반복해서 물었지만, 나는 숙소를 현장에서 찾으려 했기에 같은 목적지만 강조했다. 차 안에서 두 사람은 힌디어로 외부와 통화하며 무언가 분주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 기사는 “빠하르간지 지역은 주민 폭동으로 출입이 통제되어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라고 했다. 델리역으로 가자고 했지만, 그곳 역시 시간이 늦어 출입이 어렵다며 자신들이 안전한 곳으로 안내하겠다고 하며 일방적으로 차를 몰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들의 말은 흔히 쓰이는 사기 수법이었다. 그들의 말을 믿고 불안해하던 나는 번화가를 지날 때 "여기서 내려달라"라고 요청했지만, 그들은 무시하고 나를 외곽의 허름한 호텔로 데려갔다. 호텔 측은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을 요구했고, 그제야 사기를 당했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호텔과 짜고 나에게 과도한 요금을 부과하려 했던 것이다.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지만, 그들은 짜증을 내며 또 다른 외진 호텔로 데려갔고, 그곳에서도 같은 수법을 썼다. 세 번째 호텔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나는 화가 나서 강하게 항의했지만 차 밖으로 나가기는 두려웠다. 을씨년스러운 어둠 속 거리는 노숙자들과 험악한 유기견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어 공포감이 밀려왔다.
그때, 멀리 불이 켜진 여행사 간판이 보였다. 날이 밝아오면서, 호텔을 찾기보다는 차라리 목적지로 바로 이동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멀리 보이는 여행사에 내려 달라고 했다. 이곳마저도 그들과 결탁하여 기차나 항공 요금을 터무니없이 요구했다. 그 순간, 길 건너편에 또 다른 여행사가 보였다. 그들이 한눈을 판 사이, 약속한 택시비를 던져주고 재빨리 그 여행사로 뛰어들었다.
새벽이 밝아오자 그들도 결국 바가지를 씌우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공격적이던 태도가 갑자기 친절하게 변했다. 이 여행사는 그들과 관련이 없어 보였다. 그들은 여행사까지 따라와 조금이라도 더 추가 요금을 받으려 했지만, 괘씸한 마음에 100루피(당시 3천 원 상당)만 던져주고 그들을 떨쳐낼 수 있었다.
새벽 4시, 여행사에서 푸네행 비행기 표를 알아보니 매진 상태였다. 간신히 하나 남은 좌석을 구입했지만, 푸네에 도착하고 보니 표 가격이 평균보다 4배나 비쌌다. 또 한 번 속은 셈이었다. 오기가 생겼다. 15일 후 델리로 돌아와 그 여행사를 다시 찾았다. 표를 팔았던 직원은 없었고, 사장만 있었다. 바가지요금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나는 한국에서 여행사를 운영한다. 바가지요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한국에 너희 회사의 잘못을 알려 영업에 지장을 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처음에는 무시했지만, 경찰에 신고하고 한국 대사관에도 알리겠다고 하자, 결국 요금의 절반을 환불해 주었다.
하지만 일부 환불에 만족하지 못한 나는 경찰서를 찾아가 남은 금액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델리 경찰은 사건 경위를 접수하고 여행사에 현장 조사를 나갔다. 경찰은 7일 후에 나머지 금액을 받아 가라고 했지만, 그때는 인도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일부 금액을 돌려받고 여행사에 경고를 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많은 이들이 인도 경찰을 부패의 온상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들의 친절함과 공정한 태도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이 사건의 처리 결과를 확인해 보고 싶다. 만약 나머지 금액을 돌려받게 된다면, 감사의 뜻으로 경찰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
그후,자초지종을 들은 지인은 “정말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라고 안도했다. "어두운 밤, 한적한 곳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천만다행이다. 한 번 지불한 돈을 환불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지나치게 겁 없이 행동했던 것 같다. 약간의 경비를 절약하려다 더 큰 비용을 치렀다. 앞으로는 신중하게 행동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