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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Apr 01. 2023

세상과 나를 위한 초고

평일에는 나를 지우고, 주말이면 지웠던 나를 다시 되살려낸다.


평일에는 세상의 초고를 쓴다. 하루에도 수차례 사건·사고가 터지고 담당하는 구역에는 크고 작은 이슈들이 착실하게 쏟아진다.


그중에서도 뉴스가 될만한 가치(의미) 있는 것을 선택해 짧은 호흡으로 기사를 작성한다. 때때로 전문가와 관련 소속 대표 등을 인터뷰한다.


많은 편은 아니지만 제보도 발생한다. 저마다 다양한 사연들이다. 대부분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기자에게 하소연하는 경우들이다. 당장 기사로 쓰진 못하지만 그 마음을 공감하며 답장을 정성껏 쓴다.


좋은 기사를 쓰고 싶다는 열망이 자주 일렁이지만 부족한 실력으로 가끔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계속 관련 사항을 공부하고 기록하고 다시 읽는다. 그런 반복들이 평일에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아, 데스킹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전적으로 현장 취재기자들의 원고를 선임기자들이 검토해 다듬는 행위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1차로 기사를 써서 올리면  2, 3차에 걸쳐 제목이나 문장 등을 검토받는다. 부족한 기사는 수정요청을 받는데 그건 괜찮다.


아주 가끔은 '보류'라는 빨간딱지가 붙는다. 그것은 뉴스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열심히  기사가 보류 딱지를 맞는다면 사람인지라 자신감이 떨어진다. 워낙 바쁜 호흡이라  감정도 오래 끌고  겨를이 없지만, 그렇다.


주말에는 내 삶의 초고를 쓴다. 건조하고 딱딱한 기사체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쓴다.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한 저장글이 제법 쌓였다. 언제 빛을 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쓴다.


글로 받은 스트레스를 글로 푸는 느낌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조금은 두서없이 쓴다. 특별한 수정이나 데스킹 없이 발행버튼만 누르면 바로 업로드되는 과정은 뭐랄까. 속이 후련하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글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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