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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May 23. 2024

글쓰기는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매일 글을 쓰면서 달라진 5가지 변화

매일 쓴다. 읽고 듣고 느낀 내 삶을 기록한다. 쓰면 쓸수록 글감이 늘어난다. 일상의 단조로움 속 사소한 변화나 장면도 쓸 거리가 된다.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글과 영상으로 담아내는 일도 행복하다. 마음도 슬쩍 내려놓았다. 100% 만족하는 글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루에도 수차례 쏟아지는 사건, 사고 속에 파묻혀 바빴던 날들을 잠깐 벗어났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읽다 한쪽 구석에 처박아둔 책들을 다시 읽는다.


타인의 평범한 삶도 관찰하는 여유가 생겼다. 올해 3월 중순부터 매일 글을 쓰면서 다른 이웃 작가분들을 여럿 만났다. 몇몇 분들에겐 장문의 댓글을 남겼는데, 내 글을 쓰는 것보다 더 신경 쓰였다.


수년간 스스로 정한 수식어도 수정했다. ‘매일 읽고 쓰는 사람’이라는 문장에서 ‘매일 읽고 쓰는 모험가’로 변경했다. 세계여행을 실컷 다녀본 사람도 아닐뿐더러 국내 여행조차 아직 못 가본 곳이 많지만 ‘여행’이라는 단어의 두근거림이 좋다. 당장 이번 주말 집 근처 시골을 방문해 촌캉스(농촌+박카스)를 시작으로 이것저것 다녀볼 생각이다.


이렇게 매일 글을 쓰면서 변화된 5가지를 정리해 봤다.


아들의 다섯 번째 생일에 맞춰 블로그를 만들었다. 이름은 '슈퍼송대원' , 본인이 직접 지었다.


먼저 글 쓰는 삶 자체가 익숙해진다.


매일 쓰는 일은 쉽지 않다.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 벽만 넘어서면 되려 안 쓰고 못 견디는 경험을 맛보게 된다. 매일 쓴다는 것은 내 삶에 질문을 하루에 하나씩 던지는 일이기도 하다. 아이를 돌볼 때나 밥을 먹을 때, 잠들기 전에도 글감이 둥둥 떠다닌다.


소비하는 콘텐츠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글쓰기를 위해 책을 읽고 유튜브 영상을 본다. 뉴스나 잡지, 각종 눈문도 뒤적거린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막연한 두려움이다. 고작 내 삶이 어떻게 한 편의 글이 되겠는가, 쓰레기 같은 초고를 내놓는 게 어떤 의미인가, 하고 한없이 자문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 좀 뻔뻔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유명 작가들도 겪었다. 이 과정을 벗어날 순 없다. 용기를 내 개똥 같은 글을 쓰자.


둘. 독자가 생긴다.


꾸준히 쓰다 보면 영혼을 담아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겨주는 귀한 벗을 얻게 된다. 동시에 나 또한 좋은 독자가 된다. 아니 될 필요가 있다. 다른 작가의 글을 읽고 정성스레 댓글을 남긴다. 서로 소통하면서 건강한 토론이 간혹 이뤄진다. 이 가운데 또 쓸 거리가 생긴다.


셋. 소소한 수익을 창출한다.


나는 유명하지 않다. 브런치스토리나 블로그 규모도 크지 않다. 그럼에도 각종 제안이 쏟아진다.


지난주에도 한 대학으로부터 글쓰기 특강 요청을 받았다. 올해 글쓰기 특강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월 강연을 제안한 담당자는 2년 전 내가 쓴 공대생의 글쓰기 특강 내용을 직접 검색해 읽고 접촉했다.


전업 강사분들에 비해 적극적인 홍보를 한 적이 없는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이는 누적된 글의 양과 시간의 힘이다. 의도하든 안 하든 우리가 쓴 글은 흔적을 남긴다.


넷. 모든 콘텐츠의 시작은 글쓰기라는 사실을 경험하게 된다.


이어지는 얘기지만 책 출간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첫 산문집 '유일한일상'도 브런치에 쓴 글을 정리해 냈다.


특별하지 않은 삶은 없다. 저마다 책 한 권은 낼만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두서없고 부족하더라도 초고를 내놓아야 한다. 일단 써두는 게 좋다. 쓴 글은 다음 이야기를 내놓는 힌트가 된다. 그렇게 쌓인 콘텐츠는 좋은 편집자를 만나 하나의 작품이 된다.


유명인이나 전문직이 아니어도 좋다. 아니 오히려 그런 분들이 더 책을 낼 필요가 있다.


다섯. 글쓰기는 나를 사랑하는 삶의 방식이다. 가장 확실히 스스로를 보여주는 방법이다.


매일 글쓰기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나를 사랑해야 계속 쓸 수 있다. 단념하지 말고 힘껏 쓰자. 자주 인용하는 중국의 위화 작가의 에세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빨리 간다' 내용 일부를 소개하며 갈무리한다.


스물두 살 무렵, 나는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이를 뽑으면서 한편으로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를 뽑는 것은 생계를 위해서였고, 글쓰기는 나중에 더 이상 이를 뽑지 않기 위해서였다. 맨 처음에는 글을 한 자 쓰는 것이 치아를 뽑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주말만 되면 창밖의 햇빛이 너무나 밝고 아름다워 보였고, 새들은 마음껏 날아다녔으며 도처에 아가씨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와 같은 나이의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놀러 나갔지만 나는 혼자 마른나무처럼 탁자 앞에 앉아 장인이 쇠를 다루듯 아주 힘들게 한 자 한 자 딱딱한 한 자를 써내려갔다. 나중에 젊은이들이 종종 내게 묻곤 했다. "어떻게 해서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었나요?" 나의 대답은 하나이다. 바로 '글쓰기' 덕분이었다. 글쓰기는 경험과 같다. 혼자서 뭔가 경험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을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직접 써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쓸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위화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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