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싸이코박 닥터 Mar 30. 2023

삶이 힘겨울 때

슬펐던 날

만 세 살에 걸음을 자기 또래처럼 못하는 막내딸.

언어 치료사, 정신 운동 치료사, 심리학자 검사 결과가 나왔다.


일 년을 기다렸다.

프랑스가 선진국이지만 이런 검사하고 결과를 받으려면 일 년,   후이기 쉽다.


치과의도 그렇고 내과의사도 그렇고 몇 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게 대수다. 그래서 응급실에 진짜응급이(뇌마비, 십장마비...) 아닌 사람들로 가득 차다.

프랑스 병원문제가 크다.


몸은 만 세 살인데 언어도 그렇고 정신 운동도 그렇고 할 수 있는 것이 만 두 살짜리 애들이 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보통아이들보다 배우는 게 느려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알고 있었다. 근데 인정하기 싫었다.

신경소아과 의사가 말해주니 그제야 그 사실이 와닿았다.


슬픔이 몰려왔다. 많이 슬펐다. 삶이 힘겨웠다.


슬퍼도 돼.


https://brunch.co.kr/@4179781ab6314eb/16


사실 시작일 뿐이다.

정신 운동 치료, 언어 치료를 장기간 동안 받아야 한다.

그리고 학교 도우미 신청을 위해 장애 인정 신청서류 등등 할 일이 더 생겼다.

프랑스에선 서류가 많고 복잡하고 또 많이 기다려야 한다. 지금 신청해야 새 학년 시작하는 9월에 가서야 도우미 승낙받을까 말까.

오래 걸리지만 그런 복지 시설이 있으니 다행이다.


어떤 사람들은 부모가 밀어주면 발전이 더 잘 된다고 하며 걱정 마라 한다.

근데 왠지 이런 소리 들으면 압박감이 온다.


'내가 잘 도와줄 수 있을까? 내가 잘 못하면 어떡하지?'


결국에 내 문제는 좋은 부모 못 될까 봐 두려운 거다.

무엇이든 잘 알고, 무엇이든 잘 대처하고, 무엇이든 잘해주는 완벽한 부모.


'근데 완벽할 수 없는데 어쩌지? 이 완벽주의는 언제나 버릴 수 있을까?'


완벽주의를 버리기 위해 또 써본다.


불완벽한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


https://brunch.co.kr/@4179781ab6314eb/20


무엇이든 혼자 해보려는 아이.

내가 못 기다려서 혼자 못하게 하면 한 성질내는 고집 센 아이.

몸이 안 따라가서 그렇지 자발적인 이쁜 딸을 보면 사랑이 넘친다. 딸이 엄마인 나에게 용기를 준다.


우리 열심히 해보자.


https://brunch.co.kr/@4179781ab6314eb/37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의견을 말해도 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