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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코박 닥터 Nov 27. 2022

'울면 안 돼'

'감정 표현하면 안 돼'

'울면 안 돼'

'울지 마'

'뚝' 

'사내는 우는 거 아니야'

'남자는 안 울어'

...


우리 '대가족' - 애들 넷- 저녁 시간이었다.

프랑스에선 애들 세명 이상이면 대가족이라고 한다.


평일에 저녁시간은 내가 제일 힘든 시간이다. 

나도 피곤한데, 하루 종일 열심히 공부하고 놀아 피곤한 애들도 챙겨야 하고, 밥도 준비해야 하고...

식사 시간이 제일 두렵다.

엄마들이 다 그렇게 힘들 것 같다.

요새는 애들 키우는 게 제일 힘들지만 애들이 있다는 게 제일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부모님들 파이팅! -


나도 하루 종일 일하고 남편도 외출이라 혼자서 저녁 준비에 어린애들 네 명 대하려니 좀 힘들었다.

애들도 하루 종일 학교생활하랴 자매들끼리 티격태격하랴 피곤한 상태였다.

자매들끼리 잘 놀다가 막내  세 살 아리엘이 넘어졌다.

아파서 그런 건지 놀라서 그런 건지 울기 시작했다.


평소 - 생일 선물 전- 같으면 '울지 마, 왜 울어!' 하고 바락 했을 가능성이 더 많았을 텐데 지금은 애들 우는 거 받아들이는 게 그래도 조금 더 쉬워졌다.


애들이 울면 우선 듣기가 싫다.

신경이 고두 선다.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게다가 내 상태가 피곤하면 더 참을 수 없다.


애들을 위해 울음 그치라는 게 아니었고, 내가 듣기 싫고, 내가 듣기 괴로우니, 나를 위해 울지 말라는 거였다.


솔직히 대부분 사람들 첫 반응이 '울지 마' 하며 토닥이는 거다.

우리도 다 그렇게 배웠으니깐 울면 안 좋은 거라고 생각하니깐 그렇게 되는 거 같다.


에릭소니안 체면을 배우면서 나의 또 다른 비합리적인 신념을 발견했다.


'어떻게든 도와줘야 해.' '무기력하면 안 돼.'


사람들이 내 앞에서 힘들어하면 내가 불편했다.

만약에 누가 내 앞에서 슬퍼하거나 울면 꼭 안아주고 싶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나로서 어떻게 해줘야 마음이 놓였다.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먼저 나를 위해서,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니깐.

의무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렇지 않으면 무기력을 느꼈다.

근데 무기력 느끼기 싫었다.

특히 의사로서 무기력을 느끼는 건 나에겐 부끄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의학공부가 힘들었던 거 같다.

무기력을 자주 느껴서. 무기력을 느끼는 나를 못 받아들여서.

내 머리 안에 '무기력 느끼면 안 돼'가 적혀있었다.

무기력 느낄 수도 있는 건데 말이다.


친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 난 만나보지도 못했다.

친할머니가 젊었을 때 돌아가셔서 친할아버지와 자식들이 더욱 힘들었을  같다.

난 산소에만 갔지 친할머니에 대해 잘 몰랐다.

그냥 친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거밖에.


아빠한테 물어보면 무뚝뚝 '슬펐지. 잘 기억 안 나.' 단답 하신다. 

친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아빠는 슬픔을 다 표현하셨을까? 울어도 되셨을까? 특히 남자로서?


친할머니 자식들 그리고 친할아버지께서 '집안에 의사 있었으면 친할머니 살렸을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친할아버지가 의사 타령하셨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친할아버지, 나의'조상'의 바람이 나의 의무가 된 건가?

손녀인 내가 의사 한다고 했을 때 친할아버지가 좋아하셨다.

손주가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나한테 말씀하셔서 내가 섭섭했지만... 


만약에 에릭소니 체면 도중에 환자가 울어 치료사가 위로하면 그 환자는 감정표현을 끝가지 못하게 되고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된다. 

감정표현을 제대로 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그래야 치료가 제대로 된다.


넘어 울고 있는 아리엘을 안아줬다.

"어디가 아파?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했다.


신기한 건 그렇게 말하면 우는 소리가 줄어들면서 뚝 그친다.

오히려 '울지 마' 하면 계속 울었을게 뻔하다.


'울어도 돼' 하면 자신에 감정을 알아주고 받아들이는 거다.

근데 '왜 울어? 울지 마' 하면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는 것이 되고 감정 표현을 막는다.


그리고 '남자는 안 울어' '울면 남자가 아니야' 란 비합리적인 신념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한다.


'울어도 돼'

'감정 표현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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