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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코박 닥터 Nov 21. 2022

'무조건 늦으면 안 돼'

내 비합리적 신념

심리학을 배우며 나의 '비합리적인 신념' 을 버리기 시작했다.


나는 늦는 걸 허용 못 했었다.


시간 못 지키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를 못 했다.

흉볼 때도 있었다.

특히 처녀 때 흉 많이 봤다.  

미사 시간이 한 시간밖에 없는데 늦게 오는 사람들 보면서

'쯧쯧 미사 처음 부분이 중요한 건데, 한 시간밖에 없는데 좀 일찍 좀 오지'

그러고 흉봤다...


다른 사람은 늦어도 난 절대로 늦으면 안 됐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맨날 시간을 못 키는 남편을 만났다.

처음엔 그러려니 하다가 너무 자주 늦어서 막 화내기도 하고 또는 미리 준비시간을 일일이 알려주기도 하고, 아침밥 빵에 꿀도 미리 발라주기도 하고 등등 여러모로 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와주려 했으나 맨날 미사에 늦었다.


그래서 난 미사 갈 때마다 남편에게 화냈었다.

'너 때문에 늦잖아!'

미사에 좋은 기분으로 가야 하는데 잔뜩 화가 나서가는 이런 내 모습에 더 화났다.


나는 여태 12년 같이 살면서 남편을 고치려 했던 것이다.

자신도 늦는 게 고통인데 옆에서 바락바락 화내면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어쩔 줄 몰라 더 늦는다.


그래서 난 다짐했다.


'남편이 늦어도 화 안 내고 싶어'


상담사

"늦으면 너에게 어떤 나쁜 일이 생길 수 있을까?"

"늦으면 우선 애들한테 피해가 돼.

늦으면 난 평온하지 못하고, 애들 밥시간을 못 지키게 되고, 애들이 배고파서 난리 치면 난 정말 힘들어. 그리고 엄마 노릇을 못하게돼. 완벽한 엄마."


결국엔 또 그것이었다. 

완벽주의.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


상담사

"늦어도 안 화내고 싶으면 불 완벽할 수 있다고 먼저 허용해. "


그렇게 상담을 한 후 플래시백이 떴다.

막 울음이 나왔다.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생생히 기억났다.

엄마 아빠와 휴가를 떠나는 날 신나는 날이었다.

아빠는 일하셔서 엄마한테 전화하셨다.

"나 집에 들어가면 즉시 출발할 수 있게 가방 싸놓으세요."


근데 엄마는 준비를 하나도 안 하셨다.

그래서 아빠가 일 마치고 들어오신 후 한숨을 쉬시며 휴가 준비를 하셨다.

그 아빠의 '힘들음'을 느낀 작은 아이인 난, 그 아빠의 '고통' 앞에서 어쩔 줄 몰라, 작은 아이의 힘으로만 할 수 있었던 것, 결심, 지킬 수 없는 결심을 했다.


'난 시간관리에 완벽할 거야. 그래야 행복할 수 있어. '


그래 늦을 때마다, 내가 어렸을 때 한 약속, 내가 어렸을 때 한 결심을 못 지키니 불행할 수밖에 없었다.


상담 얘기를 남편한테도 하고 친구들한테도 하고 sns에도 이렇게 썼다.


'난 시간관리에 불 완벽할 수도 있어. 그것을 허용해.'


 이후로 남편이 늦어도 그러려니 됐다.

남편도 늦을 때 내 태도가 바뀐 게 신기해했다.


미사 시간엔 남편한테 화 안 내고, 애들 데리고 나 먼저 간다. - 옛날엔 혼자 가면서도 화냈는데 이젠 화 안 낸다-

아님 늦어도 이렇게 생각한다.


'늦어도 돼. 늦어도 행복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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