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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코박 닥터 Dec 09. 2022

'완벽해야 돼'

Perfectionism

화나고 열받는다. 왜 화나지?


이번 여름에 내적 치유를 받으면서 삼주만에 자서전 소설을 불어로 썼다. 그리고 한글로도 썼다. -생일 선물- 


처음엔 '딸들이 크면 엄마인 나를 잘 이해하겠지' 하면서 쓴 글이었다.


친한 친구들한테 글을 보냈다. 친구들이 우선 놀라워하고 좋아했다.

어떤 친구들은 글 대회에 참여하라고도 했다.

나는 책으로 내고 싶었다. 

그래서 책으로 내길 결심했다.


일을 다시 시작하면 시간이 없을 거 같아서, 그전에 빨리 책을 내고 싶었다.

나와 인내심은 모르는 사이다.

난 인내심이 부족하다.

불어로는 '나와 인내심은 둘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나보다 훨씬 더한 완벽주의자꼼꼼한 초등학교 교사인 내 남편은 불어 문법이나 문장 표현의 능력이 뛰어나다. 기역력도 뛰어나다.

문제는 느리다는 것... 느릿느릿형.


당신은 어떤 기질 이세요?


그래서 내 소설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는데 안 읽었다. 못 읽었다. 시간을 못 냈다.


빨리빨리의 한국 문화를 가진 나, 빨리빨리 해치워 버리고 싶은 내 심정에 알맞은 출판사를 찾았다.

인터넷에서 두 시간 검색하면서 찾아냈다.

유명한 작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책을 낼 수 있는 출판사. 그리고 내가 원하는 데로 빨리 책 출판할 수 있는 출판사.

프랑스에서도 빨리빨리 되는구나!



느린 프랑스 문화 VS 빠른 한국 문화


한국 사람들은 프랑스에 오면 답답해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한국에 가면 놀라워한다. 빨리빨리 문화.


한국에 남편이랑 가족여행을 갔었다.

아빠 차 백미러가 깨졌다. 그날 하루 만에 새로운 백미러로 고쳐 오셨다.

프랑스인인 내 남편은 놀랐다.

프랑스에선 우선 카센터에 약속 잡아야 하고 백미러 주문해야 하고 또다시 약속 잡아야 하고 고치기 전까지 몇 주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 대신 프랑스에선 휴가도 더 많고 한국보단 일 하는 시간이 훨씬 작다.



글쓰기 대회도 찾아봤는데 마음에 드는 대회는 다 종료했었다.

시나리오는 '모아나 공주'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수정했고 문법은 시부모님께 도움을 받으면 수정했다.

난 프랑스 웬만한 사람보다 글도 잘 쓰고 문법도 잘 쓴다고 생각한다.


내 소설을 내가 선택한 출판사에 보냈다.

며칠 만에 답이 왔다. 출판사에서 책 내준 댔다.

너무 좋았다. 너무 뿌듯했다.

글도 쉽게 쓰고 책이 금방 되고 너무 행복했다.


프랑스 책 "마흔의 생일 선물"


책을 받았다. 감동이었다.


남편이 읽기 시작했다.

첫 문장도 안 읽고 나한테 말했다.


"아니 반점들이 빠졌네.
문장이 너무 길어서 이해하기 힘드네.
아니 이게 어떻게 책이 된 거야?
이해가 안 돼.."


여러 사람들이 책에 관해 칭찬을 해줬는데도  남편의 이 말에 너무 화났다.

자기가 안 읽어놓고선 지금 와서 문법 타령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저렇게 판단을 하지?

비폭력 대화잊어버리고 막 화냈다.


내 샤칼이 말했다.

"너는 책도 다 안 읽고 그렇게 말하니! 듣기 싫어! 그러니 미리 읽어보라고 했잖아! 니 탓이야! "


몇 주 동안 책 얘기가 나오면 싸웠다.


내 샤칼 : "너는 책도 다 않 읽고 그렇게 말하니! 듣기 싫어! 그러니 미리 읽어보라고 했자나! 니 탓이야! "

한글로 브런치에 올렸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문맥 매끄럽게 수정하게 나한테 미리 보내지 그랬어."

엄마가 잘해주시는 칭찬들은 사라지고 이 소리만 나쁘게 들린다.


이런 소리를 듣는 내 속마음 :

그림 출지

나 '왜 왜 왜... '


'이런 소리가 나를 아프게 할까?

그냥 인정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왜 못 넘어가고 그 소리에 매달릴까?

왜 듣기 싫은 소리는 계속 들릴까?

이런 소리 들으면 내 속 안에 어떤 느낌이지?'


가족한테는 꼭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비합리적인 신념도 있었다.


말들 내가 불 완벽하다는 게 비치면서 또 슬퍼졌다.

또 불 완벽함의 슬픔...

완벽주의! 이건 언제나 버릴 수 있을까? 


'그래 난 불 완벽 불어에 불 완벽 한글 해.

난 프랑스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니고 좀 어설퍼. '


혼혈아들의 마음도 이럴까?


난 '축하해'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그런 말은커녕 문법이 잘 못 됐다는 소리만 듣고 너무 슬펐다.

수학시험 20점 만점에 19.5 받았을 때 '20점 못 받았니?' 듣는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


바깥사람들에게는 자랑스럽고 부러운 나인데 가족들한테는 별 볼 일 없는 내가 된 느낌이었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 이런 생각들이 든다.


'난 불어도 제대로 못해.

아니 진짜로 잘못된 책인가?

나 때문에 출판사 욕먹지 않을까?

난 불어도 제대로 못하고 한글도 제대로 못하고 이게 모니?

난 쓸모없는 사람이야...'


이런 속 마음을 나도 잘 몰랐다.

내 속 마음을 보기 싫었다.

보기 아팠다.


남편한테 비폭력 대화식으로 내 느낌을 표현했다.

울음이 나왔다.


남편이 드디어 이해했다.  

"아니야 쓸모없지 않아. 대단해. 자랑스러워."

남편의 따라서는 이렇게 지적해줘야 불어가 발전되고 자기 따름엔 나를 지지하는 거였다.


그래도 그렇지 좀 눈치가 없고 그냥 자기 생각을 있는 그대로 다 말하는 내 남편. 가끔가다 생각해보면 무슨 아스퍼거 증후군 같다.


아스퍼거 증후군
나무 위키

눈치

"쉽게 이야기하여 보통 사람들은 적절한 끼나 적절한 눈치나 적절한 처세와 스킬로 치고 빠지면서 남들과 쉽게 어울리고 친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지만 아스퍼거는 남들과는 어울리고 싶은데 그 방법을 선천적으로 모르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건 내 마음이 편해졌다는 것.

내 감정을 알고 받아들이면서 마음이 편해졌다는 것.



'불 완벽해도 돼.

불 완벽해도 행복할 수 있어.'


셀프 긍정 강화
내가 카톡에서 제일 좋아하는 에모티콘이다. '난 할 수 있다!'

심리학 배울 때 셀프 긍정 강화하는 사람들은 변화가 더 빠르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셀프 긍정 강화한다.


'난 불어도 하고 한국어도 해.

난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

내가 원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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