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와 맹자의 측은지심

by 불비

맹자는 자칭 공자의 추종자라고 주장하면서도, 노자가 ‘자연스러움’을 찬양하는 것에 깊이 영향을 받아서 공자의 유교를 근본적으로 수정했다. 맹자는 공자의 가치관에 일생을 바쳤지만, 무위가 외부로부터 강요되기보다는 우리의 내적 경향에서 발생해야 한다는 노자의 생각에 끌렸다. 맹자는 도덕성을 장려해야 하지만, 도덕 교육의 모형은 신체화된 자발성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맹자의 무위는 도덕적인 것에는 노력할 필요가 있지만, 너무 열심히는 아니며, 자연적 경향성에 반하지 않는 방식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맹자의 무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송나라 사람 중에 곡식의 싹이 자라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싹을 뽑아 올린 자가 있었다. 피로한 기색으로 집에 돌아온 그는 가족들에게 “오늘은 참 힘든 하루였네. 내가 싹이 자라는 것을 도와주었어”라고 했다. 깜짝 놀란 아들이 달려가 보니 싹은 이미 시들어 버렸다. 이에 맹자는 “전력투구해야 하지만, 억지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 송나라 사람처럼 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맹자의 무위이다.


맹자는 유교를 보호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여기면서, 유교를 위협하는 두 가지 사상과 맞서 싸운다. 첫 번째 사상은 수련과 자기 수양을 거부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라는 문자적 의미에서의 무위를 옹호하는 노자 학파이다. 노자 학파가 말하는 무위란 ‘김매지 않는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사상은 무위를 완전히 거부하고 완전히 합리주의적인 윤리학 모형을 옹호했던 묵가(墨家) 학파이다. 맹자가 보기에 묵가는 ‘싹을 뽑아 올리는 사람’에 해당한다. 노력의 필요성과 자연스러움의 이상을 조화시키는 도덕적 수양에 대한 맹자의 농업 모형은 결국 이 두 학파에 응수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이 농업 모형은 무위에 이르기 위한 유교 전략과 노자 학파의 전략에서 드러나는 문제도 해결한다.


맹자는 추상적 사고가 도덕성을 지지하기에 충분히 강한 토대가 아니고, 신체화된 정서만이 실세계에서 적절한 행동을 안내하는 동기와 속도, 유연성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즉, 사람들이 친구보다는 가족을, 낯선 사람보다는 친구를 더 보살피며, 이것이 자연스러운 경향이다. 맹자는 이 흐름에 거스르는 도덕성의 모형은 실패한다고 했다. 맹자에게 있어서, 교육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논리와 자기통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이고 선천적인 경향을 완전한 무위 기질로 육성하고 양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맹자는 농업 은유를 확장하여 이런 경향을 ‘네 개의 싹’이라고 불렀다. 이 네 가지 싹은 맹자가 말하는 네 가지 덕(德)이다. 덕은 누군가가 무위 상태에 있다는 가시적인 신호이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이다. 하지만 맹자는 덕과 무위의 관계를 다르게 본다. 인간에게는 덕이라는 선천적인 경향이 있으며, 이런 덕을 무위로 육성해야 한다고 본다. 즉, 맹자에게는 덕이 선천적이고 무위는 육성과 양성의 결과이다.


맹자가 말하는 네 가지 싹, 즉 네 가지 덕이 무엇인지 보자. 첫 번째 싹은 인(仁; benevolence) 또는 동정(同情; compassion)으로서, 이는 ‘공감의 느낌(feeling of empathy)’을 말한다. 두 번째 싹은 ‘의분(義憤; righteous indignation)’이다. 노숙자나 걸인에게 모욕과 욕설을 하며 음식을 내던져 준다면 이들은 기뻐하지 않고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즉, 의분이란 도덕적 옳음을 말한다. 세 번째 싹은 예(禮; ritual propriety)로서, 이것은 ‘존경의 느낌(feeling of deference)’이다. 네 번째 싹은 지(智; wisdom)로서, 이는 ‘옳고 그름의 느낌(feeling of right and wrong)’이다. 이처럼 맹자의 네 가지 덕인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성품으로서, 어질고, 의롭고, 예의 바르고, 지혜로움을 말한다.

맹자의 네 가지 싹(덕) 중에서 ‘인’의 싹은 현대의 신경과학 연구에서 뒷받침된다. 인의 덕은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을 이르는 맹자의 측은지심(惻隱之心)에 해당한다. 이는 곧 동정심을 말한다. 신경과학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초가 되는 기본적인 포유류의 본능인 공감(共感)과 관련해, 인간을 비롯한 여타 영장류 동물에게는 ‘거울 신경세포(mirror neuron)’가 있다는 것을 밝힌다. 거울 신경세포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거나 심지어 상상할 때도 감각운동 공명(sensorimotor resonance)을 만들면서 반응하는 세포이다. 이탈리아의 신경심리학자 지아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1937~) 교수는 연구진과 함께 원숭이에게 다양한 동작을 시켜보면서 그 동작을 함에 따라 관련된 뇌의 신경세포가 어떻게 활동하는가를 관찰하던 중, 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나 주위에 있는 사람의 행동을 보기만 하고 있는데도 자신이 움직일 때와 마찬가지로 반응하는 신경세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처럼 거울 신경세포는 처음에 원숭이에게서 발견되었고, 그 이후로 인간에게서도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진다. 거울 신경세포는 다른 사람의 행동과 의도를 이해하고 관찰을 통해 그들의 행동을 모방하고 학습하는 역할을 하므로, 사회적 인식과 의사소통에 중요하다. 다른 누군가가 손을 베는데 우리가 움찔하는 것은 거울 신경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즉, 거울 신경계가 가능케 하는 공감이 온정적인 행동을 동기화한다는 것이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한 뇌 영상 실험에서는 사람이 행동할 때와 다른 사람이 행동하는 것을 볼 때 전두엽(frontal lobe)의 전운동피질(premotor cortex) 아래쪽과 두정엽(parietal lobe) 아래쪽, 측두엽(temporal lobe) 앞쪽이 활성화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뇌에 세 부위로 표시된 거울 신경세포를 포함하는 것으로 암시되었고, 이 세 곳은 인간의 거울 신경계로 정의되었다.

거울 신경세포

거울 신경계를 구성하는 세 가지 뇌 부위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거울 신경계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전두엽은 두개골의 앞부분, 이마 바로 뒤에 있는 뇌 부위로서, 다음을 포함한 다양한 복잡한 기능에 관여한다.


실행 기능: 전두엽은 계획, 의사결정, 문제 해결, 자발적인 움직임의 시작과 통제를 담당한다.

성격 및 행동: 전두엽은 성격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행동과 기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주의 및 동기: 전두엽은 주의, 동기, 집중을 조절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의를 유지하는 데 관여한다.

언어: 전두엽은 언어 생산뿐만 아니라 언어와 관련된 자발적인 움직임의 계획과 실행에 관여한다.


특히 전운동피질은 전두엽에 있는 뇌의 주요 운동피질 근처의 부위이다. 그것은 자발적인 움직임의 계획과 준비뿐만 아니라 여러 근육 그룹을 포함하는 복잡한 움직임의 통제에 관여한다. 전운동피질은 크게 두 개의 부위로 나뉘는데, 즉 운동의 계획과 준비에 관여하는 배측전운동피질(dorsal premotor cortex)과 운동 명령과 감각 정보의 통합이 필요한 운동의 제어에 관여하는 복측전운동피질(ventral premotor cortex)이다. 전운동피질은 운동을 조정하고 실행하기 위해 일차 운동피질, 기저 신경절, 소뇌를 포함한 뇌의 다른 부위와 밀접하게 작용한다. 또한 인식, 주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뇌의 다른 부위로부터 입력을 받아 변화하는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들어오는 정보를 기반으로 이동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


다음으로, 두정엽은 두개골 상부, 정수리 근처에 있는 뇌 부위로서, 다음과 같은 다양한 기능에 관여한다.


감각 처리: 두정엽은 촉각, 온도, 통증 등의 여러 감각 정보를 통합하여 환경에 대한 완전한 인식을 형성한다.

공간 인식: 두정엽은 우리의 몸이 우주에서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고 환경에서 우리 자신의 방향을 잡도록 도와준다.

수학적 처리: 두정엽은 언어 처리의 일부 측면과 아울러 수학적·수치적 처리에도 관여한다.

운동 제어: 두정엽은 자발적인 움직임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주의력과 의식적 인식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측두엽은 관자놀이 근처의 뇌의 측면에 있는 뇌 부위로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요 기능에 관여한다.


듣기 및 말하기: 측두엽은 청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중요하며 음성의 인식과 이해에 관여한다.

기억: 측두엽은 기억의 저장과 검색뿐만 아니라 단기적이고 장기적인 기억에도 관여한다.

감정 및 행동: 측두엽은 감정 정보의 처리에 관여하며 감정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시각적 처리: 측두엽은 물체와 얼굴을 인식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야의 하부로부터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는 것에 관여한다.


참고로, 후두엽(occipital lobe)은 머리 뒤쪽에 있는 뇌 부위로서,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는 것을 주로 담당하고, 모양, 색깔, 움직임의 인식을 포함하여 시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맹자》 「공손추장구 상」에 나오는 한 구절은 인(측은지심)과 거울 신경세포의 관련성을 잘 보여준다. “만약 어떤 사람이 문득 한 어린아이가 깊은 우물 입구로 걸어가는 것을 본다고 상상해 보라. 그런 순간에 놀람과 측은함을 경험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아이를 구해 아이의 부모와 친분을 맺고자 함이 아니고,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로부터 선하다는 칭송을 받고자 함도 아니고, 아이의 비명소리가 듣기 싫어서도 아니다. 그들의 반응은 이 느낌에 의해서만 동기화될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이런 측은함이 없는 사람은 올바른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아이가 어둡고 차가운 무서운 우물로 막 떨어지려는 것을 볼 때, 거울 신경세포가 활성화되어 우리에게 그 아이가 막 느끼려는 것과 동일한 놀람을 경험하게 하고, 그것은 다시 즉각적으로 공감을 유발한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경우 이것은 온정적인 행동으로 바로 이어진다. 즉, 우리는 생각하거나 고민하지 않고 당장 아이를 구하러 달려간다.


맹자는 인간에게는 남의 불행을 보면 측은한 마음을 느끼는 선천적인 덕이 있다고 본다. 이 덕이 선천적이지만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이 덕을 평상시에 육성하고 양성하여, 남의 불행한 상황을 보았을 때 측은함을 느끼고, 느끼는 것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느낀 측은함을 실천하여 그 사람에게 구체적인 도움의 손길을 뻗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행위가 자발적인 ‘인의 무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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