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로컬리] 크리에이터 인터뷰 vol.7 이망치
3년이 넘는 기간, 수 십 명의 실내 디자이너를 만났다. 그러다 보면 본의 아니게 공식 비슷한 걸 하나쯤 만난다. 가령 이런 얘기다. 명망 높은 스튜디오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본인만의 디자인을 하기 위해 결국 본인만의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됐다는 서사.
이망치 스튜디오의 이명지는 조금 다르다. 독립에 대한 의지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됐다. ‘이른 시기’라는 절대적 기준이라는 게 존재하진 않지만, 업계 관행에 따르면 그는 꽤 ‘이른’ 시기부터 실내 디자인에 입문해 ‘이른’ 시기 스튜디오의 대표가 된 것으로 비쳐 왔다.
배경은 달라졌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늘 그래왔듯 마주 앉은 이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어울리는 공간을 다듬고자 고민했다. 도처에 널브러진 무수한 이미지들을 하나의 장면으로 만들어내는 디자이너. 이명지를 브런치 카페 바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녹음에 동의하시나요?
네.
드디어 만나 뵙네요. 예전에는 브리콜랩(@brcl_official)에 계셨죠. 저는 <월간 인테리어>라는 매체에 소속돼 있었고요. 자료 요청드린다고 연락한 게 어제 같은데. 아직도 그 카카오톡 대화 내역이 남아있다고요.
2년 전이었죠 아마? 이렇게 인사하게 되다니 신기하네요. (웃음)
궁금한 게 참 많은데요. 공간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학창 시절부터 디자인을 공부해 왔어요. 고등학교 때는 실내 디자인을 전공했고요. 제 성향이 관심 없는 건 아예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편인데요. 디자인 관련 내용들은 꽤 괜찮게 습득을 하더라고요. 수업을 들을 때 집중력도 좋았던 거 가고요. 아, 그러면 이 길을 가도 되겠다 싶어 대학도 같은 전공을 택했어요.
가야 할 방향을 금방 찾으신 것 같네요.
복잡하게 생각 안 하려는 성격이에요.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걸 귀찮아하기도 하고요. (웃음) 단순해요. 학창 시절에 디자인 공부를 했고, 이걸 배우려는 의지나 습득력이 나쁘지 않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자, 고민은 귀찮아, 딱 이거였어요.
재밌네요.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건축을 보고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어', 류의 이유보다는 더 인간적이고 현실적으로 들려서요. 또 궁금한 게 생기는데요. 왜 그런 경우 있잖아요. 막상 해보니 생각과 다른 경우. 일이 안 맞는다고 느낀 적은 없었나요?
그런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어요. 한 번 선택하면 좀체 철회하지 않으려는 성향이라서요. 진로라는 거 바꾸기 힘든 거잖아요.
바꿀 수 있지 않나요?
아, 제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재수는 불가하다는 게 가족들의 생각이었거든요. 제가 공예 쪽도 하고 싶어서 공예과도 지원하고 인테리어과도 원서를 넣었는데요. 딱 하나 붙은 곳이 실내 디자인학과였어요. 어차피 재수는 못하니까 하던 거 하자 생각했어요. 달리 방법이 없고, 선택했으면 거기에 몰입해 밀고 나가자. 후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고 재밌었어요.
어떤 게요?
제 결과물에 대한 교수님들의 칭찬과 피드백이요. 즐거웠어요. 인정받는 기분 들어서요. (웃음)
저도 칭찬 참 좋아해요.
디자인에 몰입하니 교수님들이 칭찬해 주시고, 칭찬받으니 그게 다시 동력이 돼서 또 몰입하고. 그러다 보니 디자인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여지가 없었어요.
교수님들한테 칭찬받기 쉽지 않던데. 공부 잘하는 학생이셨나 봐요.
공부를 잘한다기보다 과제를 잘하는 학생이었죠.
과제가 공부 아닌가요? 결국 실제로 이 현장 실무적인 차원에서 쓸 수 있는 것들을 잘하면 공부를 잘하는 거 아니에요.
그게 공부를 잘한다는 의미라면 잘하는 거죠. 근데 또 공부라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재미가 없어 보이는 느낌이네요.
그럼 뭐라고 표현해야 될까요.
놀이? 아니다. 과제요. 그냥 과제.
보통 과제는 어떤 어떤 게 있어요?
3D 모델링도 있고 도면 만드는 것도 있죠. 사실상 실무에서 하는 작업과 같아요. 차이가 있다면 학교 다닐 때는 피드백해주는 사람이 교수님이라는 거죠. 한 학기마다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좋았어요.
학기마다 받는 성적표도 있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남는다는 게 뿌듯하셨겠어요.
맞아요.
잡지사 다니던 시절에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어떤 의미에서 실무와 연결된 내용을 빨리 접하신 거네요.
시공 현장을 나가거나 감리를 보는 일까지는 안 했지만 디자인 관련한 내용은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실무는 어느 정도 하신 거죠?
어느덧 6년이 됐네요. 졸업하기 전에 첫 회사에 입사했거든요. 그 후로 한 네다섯 군데 정도를 다녔던 거 같네요. 독립한 지는 2년 정도 됐고요.
보통 다른 디자이너 분들 얘기 들어보면, 다른 곳에 몸담고 계시다가 독립한 경우가 많았어요. 현실적인 문제와 본인만의 디자인을 표현하려는 의지 때문에 다들 그렇게 하시는 것 같던데.
네.
실장님의 경우, 독립하게 된 게 약간 자의 반 타의 반이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떠셨어요?
똑같았어요. 이망치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맡은 첫 프로젝트가 ‘로즈베이(@loverosebay_official)’의 스튜디오였는데요. 원래 하던 거 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웃음)
그렇구나. 그나저나 스튜디오 이름이 참 귀여워요. 저는 철거 현장을 부수고, 새 현장을 망치로 뚝딱 만들어내는 느낌 같은 걸 떠올렸는데요. 이름을 이망치로 지은 이유가 궁금해요.
실무를 하면서 여러 실장님들을 만났는데요. 저를 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름 대신 별명으로 많이들 불러주셨어요. 그게 이망치였어요. 제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독립을 하게 됐는데. 뭔가 제 이름표를 달고 사회로 나오는 게 겁이 났거든요. 저를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별명을 불러주시면, 뭔가 더 애정 어린 느낌이 들 것 같았어요. 그래서 별명을 스튜디오 이름으로 내걸었어요.
본인만의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독립을 하셨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회사를 운영한다는 건 디자인만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디자인 외적인 것들도 신경 쓰셔야 한다고 들었는데. 힘든 부분은 없나요?
생각보다 많지는 않아요. 현장일은 오랫동안 함께 일해오신 시공팀 분들이 있어 든든하기도 하고요.
그런가요? 그래도 분명 동료가 필요한 상황이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지금도 필요하긴 해요. (웃음) 그런데 제가 아직 팀원들과 회사를 꾸려나갈 내공은 부족한 것 같아요. 현장이나 디자인에 에너지 쓰는 건 괜찮은데. 사람을 대하는 건 아직 어렵거든요. 한 마흔 정도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웃음)
현장 일이라는 게 변수가 많잖아요. 지금은 그런 것들을 혼자 관리하셔야겠네요.
그래서 작업을 많이 못 해요. 그게 조금 아쉽긴 해요. 한 프로젝트 들어가면 여러 공간 설계를 병행하기보다는 한 공간에 집중하려는 편이에요.
보통 작업량이 어떻게 되나요?
한 달에 두 개 공간 정도를 작업하려고 해요. 세 개도 해봤는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조금 버겁더라고요.
졸업 전부터 실무 경력을 쌓으셨고, 지금은 독립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계세요. 좋은 점은 뭔가요?
‘이른 나이에 해놓은 게 많다, 실력이 좋다’라는 반응들이요. 확실히 주변 또래 친구들에 비해서는 뭘 많이 해놓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반대로 지긋지긋하기도 하고요.
지긋지긋?
누구나 살면서 그런 느낌 있겠지만. 뭐랄까. 아깝다고 해야 되나? 이걸 정리해 본 적이 없어서 애매하네요.
오늘 해보죠.
디자인에 대한 흥미가 예전 같지 않아 지는 기분이 들 때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분명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흥미가 사라지면 말 그대로 ‘일’이 돼버리잖아요. 사실 업계에 계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거치는 과정 같기도 한데, 그게 좀 앞당겨 왔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렇군요.
평가에 대해서도 조금 회의적이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그저 젊은 디자이너인데, 스튜디오를 혼자 운영을 하니까 잘하는 소리를 듣는 건가, 싶은 마음도 들고. 디자인을 재미로 하는 것보다 '해야 하니까' 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렇고. 이 시기의 에너지를 휘발시켜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우려되기도 하고 그래요.
비슷한 얘기를 다른 디자이너분에게 들은 적 있어요. 어딘가에 소속되면 본인 디자인을 못하니까, 본인만의 디자인을 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는데. 하다 보니 규모가 커지고, 규모가 커지니 디자인보다 전반적인 운영에 좀 더 힘을 쓸 수밖에 없기도 하다는 이야기를요. 디자인을 하는 플레이어 역할에 머물고 싶은데 그럴 수만은 없게 되니까.
그러게요. 아, 저 그래서 예전 요를레이 스튜디오와의 인터뷰를 재밌게 봤어요. 궁금했던 스튜디오였거든요. 저는 디렉터 분들이 여성분이라는 것도 몰랐어요.
기회가 되면 자리 한번 만들어 봐야겠네요.
좋아요.
동종업계 종사자는 아니지만, 본인의 상황을 언어라는 좌표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잘하고 계시다고 생각해요.
에이, 저는 아직 작은 디자이너일 뿐인 걸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는 작은 디자이너를 섭외해서 인터뷰하는 사람이 될 뿐인 걸요.
겸손한 척 겁니다. (웃음)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이에요.
디자인보다 삶을 디자인하는 일에 대한 고민이군요.
그 표현 조금 오글거리는데요. (웃음) 갑자기 뭔가 인생 상담 시간이 된 것 같네요.
고민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뷰 후에 다시 나눠보죠. 본격적으로 공간 얘기를 좀 해보면 좋겠어요.
이미 본격적인 거 아니었나요? (웃음)
사실 저는 가장 최근에 작업하신 히포 카페테리아(@hippo_cafeteria)를 인상 깊게 봤어요. 너무 귀엽더라고요. 하지만 오늘은 '바비(bobby)'에서 만났으니, 바비에 대해 얘기해주시면 좋겠어요.
뭐부터 말씀드리면 좋을까요?
인터뷰가 처음이신가요?
네
보통 클라이언트가 원한 공간의 콘셉트, 이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작업했는지, 대략 이런 순서로 소개해주시면 돼요.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하시죠.
바비(@bobby_official)는 용산구에 위치한 브런치 카페예요. 대표님은 오랜 기간 호주에서 요식업에 종사하셨던 분이셨죠.
그래서 롱 블랙이 있구나.
그러다 한국에 돌아오셨고 본인만의 브런치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셨죠.
미팅은 어땠나요?
처음 뵌 자리에서 대표님 표정이 좀 어두우셨어요. 왜 그런가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현장 매물을 찾는데만 거의 1년이 넘었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아, 공간 찾는 게 쉽지가 않구나.
우여곡절 끝에 그나마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아 계약을 했는데. 이번에는 문제가 디자인이었어요. 이미 많은 공간 스튜디오들과 미팅을 하신 상황이었는데요. 그런데 원하는 디자인을 찾지 못해서 엄청 고민하고 계셨더라고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셨어요.
바비의 대표님이 원하는 디자인은 무엇이었나요?
대표님이 책 한 권을 들고 오셨는데 제목이 <이솝: 더 북>이었어요. 이솝(Aesop) 매장 인테리어가 가득 담긴 책이거든요. 그런 느낌을 원하셨어요.
이솝의 감도를 브런치 카페에? 그게 잘 맞을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웃음) 어울리지 않죠. 왜냐면 이솝은 조금 엄격하고 무게감 있는 디자인이라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무엇보다 이솝은 스킨케어 브랜드인데 바비는 브런치 카페란 말이죠. 근데 대표님이 이솝의 톤을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결국 타협점을 찾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어떤 식으로요?
진중한 톤을 가져가되, 조금 키치한 요소를 넣자고 제안을 드렸죠. 정중한 키치함이라고 해야 되나. 지나치게 튀는 요소들로 까부는 디자인이 아니라, 정적인 무드에 살짝 곁들이는 정도로요.
벽에 칠한 그레이톤이 클라이언트가 원했던 톤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네요. 키치한 요소는 어떤 거죠?
공간 곳곳에 묻어있는 초록색이요. 공간에 담길 주인공이 브런치고 메뉴에 사용되는 재료들이 그리너리 한 것들이 많다고 들었거든요. 그런 톤을 맞추려고 선택한 색이기도 해요. 그리고 이 무드가 우드 계열과도 잘 어울리니까 우드톤 가구들을 비치해서 정제된 느낌을 가져가려고 했어요.
개인적으로 스툴이 참 귀엽다고 느꼈어요. 직접 제작하신 거죠?
네. 스툴의 형태는 참고한 래퍼런스가 있는데요. 여기에 저만의 디테일을 첨가했죠. 컬러 합판에 색을 한번 더 입혀 좀 더 생동감 있는 질감을 내려고 했어요. 스툴 디자인의 경우, 조금 동적으로 느껴지게 변주했고요.
귀엽게 생겼어요.
약간 장구 닮지 않았나요? (웃음)
맞네요. 알고 보니 그 래퍼런스라는 게 전통악기였군요. (웃음) 전통을 참조해서 현대적으로 해석한 스툴. 조명도 제작하신 거예요?
아뇨. 이건 기성제품이에요.
이것도 제작인 줄 알았어요. 여기 무드랑 너무 잘 어울려서요.
저는 기성 쓸 수 있으면 최대한 기성을 사용하려고 해요. 중요한 건 제작이냐 아니냐 보다 공간의 무드에 어울리는 가구를 놓느냐거든요. 시간과 비용 또한 효율적인 부분도 있고요.
그렇군요. 바비의 포인트를 하나 더 말씀해 주신다면요?
아까 2층 카운터 보셨나요? 거기에 쓰인 스테인리스스틸. 그거 샌딩기를 이용해 제가 직접 갈았어요.
직접요?
네. 스틸이라는 소재 요즘 공간에서 흔히 볼 수 있잖아요. 근데 저는 이 스틸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연출하려고 했어요.
어떻게요?
보통은 소재 자체가 머금은 미묘한 색을 활용한다면, 저는 어두운 톤의 스테인리스스틸을 갈아 속에 있는 밝은 색을 밖으로 꺼냈죠. 좀 더 역동적이면서도 깊이감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일부 부분은 얼룩처럼 남겨 처리하기도 하고요. 밋밋하게 느껴지는 자재에 역동성을 부여한 거예요.
요즘 참 다양한 공간이 많아졌어요. 저는 이걸 공간의 상향평준화 과정으로 보는데요. 그렇다고 보세요?
네.
근데 어떤 게 유행을 하면 그런 것들이 여기저기 복사되고 붙여 넣기 되는 현상도 있는 것 같아요. 디자인뿐만 아니라 자재도. 뭐 하나 흐름을 타면 맥락 없이 남용되는 모습. 저는 이런 문화가 공간을 일회용품처럼 소비하는 형태로 보는 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저 역시 오래 고민하는 주제예요. 공간에 유통기한은 있다고 생각해요. 유통기한이 설정된 제품과 일회용품은 다르잖아요. 어떤 의류가 유행이 지나면 옷장 속에 있는 것처럼, 공간도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는 순간은 온다고 봐요. 결국 공간의 근본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공간의 근본?
그 안에 담길 내용물이죠. 그게 결국 카페면 음료가, 브런치 카페면 음식이 맛있어야 해요. 제공되는 서비스는 당연하고요. 공간의 미감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옮기는 건 저는 정말 잠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잠깐 이목을 끌어주는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근본을 담는 작업을 하는 게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나아가 클라이언트가 공간의 근본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고요. 시대를 따라가기보다는, 시간이 흘러도 부끄럽지 않은 미감을 찾아야죠.
지금까지 작업해 온 공간들은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하세요?
네.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군요. 확실히 이망치 스튜디오의 공간은 어쩐지 클래식한 느낌이 들어요. 고전적이라는 의미보다는 뭐랄까요, 시대상에서 조금 벗어나있는 느낌? 분명 요소적인 부분에는 그런 게 없지 않겠지만.
듣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해요. 사실 그 부분을 엄청 노력하거든요. 지나치게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오히려 어떤 유행의 흐름을 일부러 피하려고 말이죠.
어렵지 않나요? 공간 디자인이라는 게 시대의 흐름에 끊임없이 더듬이를 갖다 대는 일이잖아요. 그러면 자연스레 유행에 노출이 되고, 부지불식간에 그것들을 체화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계속 의식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려고 매번 노력하고 있고요.
여러 공간을 설계해 왔고, 설계하고 계시잖아요. 자기 복제에 대한 우려는 없으세요?
생각보다 적은 편이에요. 왜냐면 저는 각각의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걸 하게 도와드리거든요. 그곳이 그분들에게 삶의 터전이잖아요.
아.
클라이언트분들이 원하는 미감을 말씀하시면, 저는 그들이 원하는 바를 어떻게 더 잘 살리고 돋보이게 할 지만 고민해요. 그러니 자기 복제의 우려는 거의 하지 않아요. 사람이 다 다르니까요.
그러네요. 사람이 다 다르니까.
네. 영감을 받으려 억지로 뭔가를 들춰보거나 하지 않아요. 제게 작업을 의뢰하신 분들이 영감이 되니까요.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도 충분해요.
무드보드를 콜라주 형태로 작업하시는 이유도 관련이 있을까요?
네. 클라이언트 분들이 원하는 감도를 보여드리려면 이미지만 한 소통 수단이 없거든요. 근데 이걸 그냥 늘어놓기만 하면 공간의 분위기를 전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그저 여러 장의 의미 없는 사진이 아닌, 하나의 일관된 분위기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다가 채택한 방식이에요. 머릿속에 그린 그림을, 실물 세계에 장면(scene)으로 만드는 게 제 일이니까요.
일종의 회사 공식 질문 같은 건데요. 공간을 방문하는 부로컬리 유저들에게 공간을 관람하는 방식 하나만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조금 더 여유를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직업 특성상 어딜 가도 쓱 한번 둘러보는 게 습관인데요. 어떤 곳을 가면 경직된 모습들을 볼 때가 종종 있어요. 정해진 동선에서만 머무는 분들도 보죠. 카운터에서는 정말 딱 계산만 하고, 착석해서 식사만 하고 바로 일어서는 그런 장면 같은 거요.
지나치게 목적에만 충실한 걸 지양했으면 하시는 건가요?
네. 저는 공간의 무드를 좀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새로 생긴 공간들 가보면 거기 계신 분들이 뭔가 좀 뻣뻣한 느낌을 받거든요. 약간 공간에 사람을 욱여넣은 느낌이랄까. 타인에게 피해가 가는 정도가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즐겨도 되거든요. 궁금하면 만져도 보고. 계속 두리번거려보기도 하고 말이죠.
그러네요. 결국 공간은 사람이 머물고 사용하는 거잖아요. 공간이 주인이 아니니까.
맞아요.
미로 같은 골목을 지나 좁은 계단을 올라 마주한 바비. 반전미가 있어 흥미로웠어요. 메뉴는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고요. 다음에 근처에 올 일이 생기면 망설임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기분이네요. 부로컬리 앱 켜고 경험노트 작성 해야겠어요.
다행이네요.
다음에는 연남동 히포 카페테리아에서 수다 떨어요. 그때 다시 한번 공간 얘기도 해주시고요.
좋아요. 연말 잘 보내시고요.
부로컬리(Boolocally)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이 되는 공간을 소개하는 플랫폼입니다. 인터부(INTERBOO)는 매주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마주(inter) 앉아 공간을 보는(view) 그들만의 태도를 부로디(BOOlody)에게 소개하는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에디터 김승훈
인터뷰 이명지 www.leemangch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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