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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Dec 05. 2023

110. 지난번에는 잘 되었는데 지금은 왜 안 되지?

(본인 스윙에 자신감을 가져요)

‘아! 진짜 왜 이러지?’

     

내가 넣은 서비스를 고수님이 커트로 리시브한다. 내 포핸드 쪽으로 길게도 주었다가 짧게도 준다. 공 길이에 맞춰 포핸드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버거운데 빠르게도 주었다가 느리게도 주었다가 박자까지 흔든다. 내가 원하는 박자를 주지 않는다. ‘리시브는 저렇게 해야 하는 건데’ 라는 존경심이 드는 것도 잠시 내 코가 석자다.

   

지난번에는 고수님이 놀랠 정도로  포핸드 드라이브가 고수님 화쪽 모서리로 임팩트 있게 빠르게 잘 걸렸었다. 미스도 거의 없어 그동안 해 온 ‘포핸드 드라이브 연습이 헛되지 않았구나’ 내심 뿌듯했었다.


그런데 웬걸. 오늘은 박자를 못 맞추겠다. 박자가 도통 안 맞는다. 각각의 공에 맞춰 드라이브 거는 타이밍을 달리 해야 하는데 한 번, 두 번 미스를 하더니 멘털이 제대로 나갔다. 자신감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급기야 스윙을 하다가 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스윙을 하다가 멈칫. 마치 끄는 드라이브인 루프 드라이브를 하는 양 드라이브 속도도 대폭 느려진다. 드라이브 스윙에 ‘자신감 없음’이라는 푯말이 대문짝만 하게 걸려 펄럭이는 것만 같다.

      

고수도 이런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이렇게 말한다. “하늘 씨, 본인 스윙에 자신감을 가져요. 본인 스윙에 자신이 없으니 자꾸 끄는 스윙을 하는 거 아닙니까? ”그의 말이 맞다. 나는 원래 백 드라이브를 거는 데에는 무모하리만치 자신감이 있다. 백 드라이브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존재한다. 그 믿음의 바탕에는 수많은 연습을 통해 켜켜이 쌓여온 시간들이 있다.


그러나 포핸드 드라이브에 대한 믿음은 약하다. 백드라이브처럼 다 걸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

백 드라이브처럼 다 걸어보겠다는 패기 또한 없다.

믿음과 패기의 부재. 그러니 당연히 드라이브 스윙에 자신이 없는 거다. 내가 내 스윙을 믿지 못한다. 거기다 ‘이렇게 스윙하는 게 아닌 거 같은데’ 의심까지 한다. 그러니 어느 날은 잘 되었다가 어느 날은 죽을 쑤는 것이다. 기복이 심하다.


포핸드 드라이브 스윙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백 드라이브만큼의 연습량이 채워지지 않아서? 그게 가장 큰 이유일 수 있겠다. 나라는 인간은 ‘연습량’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이다. ‘포핸드 드라이브 거는 연습을 수없이 해야 어느 자리에서건 걸 수 있다. ’라는 믿음이 있다. 답은 언제나 심플하다. 연습량 부족. 스스로를 믿을 수 있을 만큼의 연습량이 채워지질 않았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나 자신은 알고 있었다. 연습량이 부족했음을. 그러니 내 스윙에 자신이 있겠는가?  


누가 뭐래도 나를 믿어야 한다. 나를 믿어야 하는 건 인생이나 탁구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연습량이 채워지면 자신감은 저절로 탑재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으니 탁구 로봇과의 연습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야겠다.


아! 그런데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솔직히 막막하다. 얼마큼 연습해야 포핸드 드라이브를 다 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까?  다 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길까? 그래도 나를 믿고 라켓을 휘둘러 봐야겠지? 휘둘러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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