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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Jan 03. 2024

114. 새해 목표가 매번 똑같은데요?

(2023년 탁구 새해 목표)


백 쪽:백 푸시 강화, 백 드라이브  임팩트 기르기

화쪽:백 쪽에서 돌아서 스매싱 코스 가르기

       백 쪽에서 돌아서 포핸드 드라이브 코스 가르기


일 년 내내 책상 앞 벽에 떡하니 붙어있던 '2023년 탁구 목표'가 새겨진 A4용지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2024년 목표를 세우기 위해서다.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내 기준에서 보자면 백 쪽에서 돌아서 포핸드 드라이브 코스 가르기를 제외하곤 어느 정도 목표가 달성되었다. 백 푸시와 백 드라이브의 경우 작년과 비교해 어마무시한 파워가 생긴 건 아니지만 나아진 게 확실하게 느껴진다. 백 푸시를 하는 횟수도 많아졌고 백 드라이브는 임팩트라기보다는 속도가 빨라졌다.


아쉬운 건 돌아서 거는 포핸드 드라이브 코스 가르기의 진전이 없었다는 거다. 일 년 내내 이걸 해보겠다고 이 방법 저 방법 써가며 안달복달했다. 올해 목표니 꼭 이뤄야 한다며 스스로를 들볶았고 스스로에게 들볶였다. 조금씩 해 나가면 되는데 자신을 믿지 못한 채 조급해졌다. '지금까지 레슨 받아온 세월이 얼만데 이걸 왜 못하냐고?' 자책했다. 나도 모르게 내면화되어 있던 성과주의가 나를 다그쳤다. 자신을 보듬으면서 가야 하는데 자꾸 야단치고 몰아붙였다. 그러니 점점 드라이브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단점을 부각해 거기에 매몰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드라이브 거는 것에 점점 자신감을 잃기 시작했다. 악순환의 사이클이 시작되었다. 포핸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순간마다 찾아오는 자신감 하락, 자책, 자존감 하락.  여기서 빨리 탈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직감했다.


그래서 어떻게 탈출할 거냐고? 지난주 토론책이었던 샤우나 사피로의 <마음 챙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인생은 자기 계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뜨끔했다. 나 역시 인생을  아니 하루를 자기 계발 프로젝트처럼 살고 있다. 새해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나를 닦달하며 살고 있었다. 또한 그녀는 "우리는 자기 계발에서 자기 해방으로 마음가짐을 바꿔야 한다. 자기 해방은 우리가 고쳐야 할 게 있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똑바로 하겠다고 완벽해지겠다고 끊임없이 시도하면 탈진할 수밖에 없다. 현재 상태에서 쉴 수도 현재 모습에 결코 만족할 수도 없다. 수행의 목표는 뭔가를 기어이 해내는 데 있지 않다.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그냥 묵묵히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 완벽함은 가능하진 않지만 변화는 가능하다"


드라이브를 완벽하게 하겠다는 마음이 강해서 그리도 부대꼈나 보다. 기어이 해내겠다고 똑바로 하겠다고 해서 그리도 힘들었나 보다. 그녀의 말처럼 그냥 묵묵히 수행하면 될 것을. "완벽해지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 어차피 도달하지 못할 테니."라는 살바도르 달리의 말처럼 완벽에 도달하는 인간은 그 어디에도 없는데 완벽함이라는 헛된 신화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2024년 탁구 새해 목표는 뭐냐고?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 탁구 목표뿐 아니라 글쓰기, 책 읽기, 토론, 필사, 일상의 목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새해 목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매번 자기 복제를 한다.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듯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듯 새해 목표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목표를 대하는 마음만은 달라졌다.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그냥 묵묵히 수행하는 걸로. 완벽해지진 않겠지만 소소한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오늘 하루도 그냥 묵묵히 수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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