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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Feb 27. 2024

122. 부산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 관람후기(2)

(유럽 선수들은 탁구를 다르게 칠까?)

사실 이번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 관람의 주목적은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유럽 선수들의 경기모습을 보는 데 있었다. 지난번 평창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아시아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관람한 적이 있었기에 이번엔 유럽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싶었다. 그들은 탁구를 어떤 방식으로 치는지 궁금했다. 덕질이 점점 글로벌화, 세계화되어 가고 있다. 그만큼 내 세계도 넓어지나?

      

운 좋게 대만 대 독일의 남자 8강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독일의 옵차로프 선수(35세, 랭킹 13위)와 대만의 린윤주 선수(22세, 랭킹 8위)의 경기. 옵차로프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그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다. 대만 선수들과는 다르게 같은 팀 선수의 게임을 지켜보지 않고 경기 전 몸을 풀기 위해 가방을 둘러메고 바로 옆 연습장으로 향하는 모습에서부터 다시 돌아와 가볍게 스트레칭하는 모습까지. 눈이 쉴 새 없이 그를 쫓아다닌다.  

    

드디어 린윤주 선수와의 경기. 포핸드 탑 스핀과 백핸드 탑 스핀으로 몸을 풀기 시작한다. 그런데 옵차로프 선수의 기합 소리가 특이하다. 공을 칠 때마다 “-아” “우-아”를 연발한다. 이 소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지? 내게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처럼 들리지? 내게만 그렇게 들리는 걸까? 장신이기에 서비스 리시브 때는 거의 주저앉다시피 한다. ‘저렇게까지 앉는다고?’ 서비스를 넣을 때도 마찬가지다. 몸의 반 이상이 앉아 있는 듯하다. 긴 랠리를 하다가 백핸드 하는 순간에 주저앉았다가 일어나기도 한다. 완전히 앉았다가 일어나는 데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토마호크 서비스로 유명한 그의  토마호크 서비스 넣는 모습을 이렇게 지척에서 볼 수 있다니! 경기 중 탁구대 주변을 돌아다니는 그의 발걸음에서는 마치 춤을 추고 있는 듯한(?) 리듬감이 느껴진다. 바람소리 같은 그의 기합 소리와 발걸음의 묘한 리듬감이 어우러졌던 경기. 2-2 접전 끝에 마지막 세트 스코어 11대 9로 린윤주 선수가 이겼지만 내게는 그의 바람을 가르는 기합 소리 때문인지 몰라도 마치 무술 대련을 보는 듯했다. 탁구라켓을 들고 자신들의 기술을  겨루는 듯한?

     

올해 운을 이번 세계탁구 선수권대회에 다 쓰나 보다. 요즘 탁구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인 프랑스의 펠릭스 르브렁과 알렉시스 르브렁 형제의 경기도 관람하게 되었다. 프랑스와 대만이 맞붙은 남자 4강 준결승전. 펠릭스 르브렁은 중국식 펜홀더에 이면타법을 쓰는 선수다. 중국선수가 세계랭킹 1위에서 5위까지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그다음  6위로 랭킹이 높은 선수가 바로 펠릭스 르브렁이다. 나 역시 이 형제가 탁구를 잘 친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세계 랭킹 순위도 이면타법을 쓴다는 사실도 이번 대회를 관람하면서 처음 알았다. 보려니 알아야 했다.  

    

펠릭스 르브렁(17세, 랭킹 6위)은 백핸드 탑 스핀이 강하고 탁구대에 붙어서 빠른 박자로 상대를 흔든다. 17살의 어린 나이답게 이팅이 넘친다. 알렉시스 르브렁 (20살, 랭킹 21위) 역시 백핸드 탑 스핀이 강하고 특히 중진에서 하는 플레이가 강하다. 두 형제는 서비스 넣는 스타일 또한 비슷한데 대부분의 선수들 서비스를 넣기 전 잠깐의 시간을 가지는이 둘은 서비스 넣기 전 시간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확연히 빠른 편이다. "상대의 박자를 뺏기 위한 전략"이란다(정영식 해설위원) 젊은 혈기의 선수라 알렉시스 르브렁은 경기 중 흥분해서 심판으로부터 “Lebrun, calm down, please”라는 경고 아닌 경고를 들었다. 탁구 잘 치는 선수가 아닌 감정 조절에 미숙한 한 청년을 보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럼 유럽 선수들의 경기를 본 소감은 어땠냐고? 사실 "아시아 탁구는 대체로 스윙폼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유럽 탁구는 스윙폼에 연연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어 유럽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며 확인하고 싶었다.  '진짜 스윙폼에 연연해하지 않고 자유롭게 탁구를 치나?' 하지만 유럽 선수들이라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라켓을 가지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탁구를 칠 뿐. ‘그들은 다르게 탁구를 치겠지?’라는 생각은 어쩌면 나의 선입견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했다. 검색하면서 몰랐던 사실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은? “백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라는 상투적인 말이 새롭게 다가오는 날들이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과는 조금 달라진 듯하다. ‘뭐 그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세상은 예전과 똑같은데 내가 달라진 것 같은? 이렇게 조금씩 탁구라는 세계를,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이 좋다. 마치 내 세계가 탁구와 더불어 확장되어 가고 있는 것만 같다. 마나 더 확장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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