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바스켓에 22-24g 사이의 커피를 담고 약 1온즈(약 30ml)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일하는 카페의 기준이기도 하지만 요즘 스페셜티 커피를 하는 카페의 표준? 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레시피를 접했을 때 의문이 들었다. 처음 커피를 공부할 때, 에스프레소는 무엇인가, 에 대한 정의를 약 7g의 커피를 30초 전후로 1온즈 추출한 커피,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이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처음 발명한 이탈리아의 기준이다.
한 잔의 아메리카노는 약 7g의 커피를 사용해서 내린 에스프레소에 물을 희석해서 만드는 음료였는데 그 양이 점차 늘어 더블 샷(14g)을 쓰더니, 이제는 트리플 샷으로 한 잔의 커피를 만든다. 사실 이는 미국의 커피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며, 한 편으로는 생두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트리플 샷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같은 재료라도 어떤 요리를 만들 것이냐에 따라 재료의 손질이 다르다. 에스프레소 자체를 즐기기 위한 샷과 12온즈 라떼를 마시기 위한 샷은 같을 수 없다. 에스프레소는 적절한 농도에 블랜딩 원두가 가진 향미를 프로파일대로 뽑아야 한다. 농도는 바디감와 관련이 있다. 추출 온도가 낮으면 바디감이 부족하고, 온도가 높으면 에스프레소의 미묘한 향미가 사라진다. 반면 라떼는 우유를 견뎌줄 만큼의 바디감이 있어야 하지만 향미는 우유와 섞이면서 희석될 수밖에 없다. 그럼 바쁜 매장에서 에스프레소와 베리에이션 음료를 위한 샷을 각각 추출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두 가지의 절충안이 바로 커피 도징 양을 늘려 추출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많은 양의 커피로 에스프레소를 뽑는 이유는 큰 용량의 커피를 선호하고 베리에이션의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양을 추출할 때 에스프레소의 농도를 높이는 방법은 온도와 커피 양에 비례한다. 온도만으로는 농도를 컨트롤할 수 없기에 많은 양의 커피를 담아 전체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다. 또 다른 이유로는 생두의 품질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생두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해서는 강한 로스팅보다는 약, 중간 로스팅을 해야 한다. 이런 경우 충분한 향미를 위해서 높은 온도와 커피 양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런 추세는 결국 에스프레소 머신의 온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보통 이탈리아에서는 85-91도 정도로 추출 온도를 설정한다. 반면 트리플 바스켓을 쓰는 경우 92-96도 까지 온도를 조절한다. 커피 양이 많을수록 그만큼 온도를 많이 빼앗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출된 커피 온도의 평균치는 비슷하다.
커피의 세계는 재밌다. 하나의 변수가 생기면 그에 따라 다른 설정값을 조절해서 가장 이상적인(선호하는) 값을 찾아낸다. 하나가 변하면 연쇄적으로 다른 요소도 변화된다. 결국 커피는 변수 통제를 통한 특정 범위로의 수렴이라는 큰 명제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간단히 말하면, 좋은 품질의 생두 재배와 음료 문화의 다양화로 인해 (쓰기만 한 커피가 아닌) 농도가 진한 커피가 필요했고, 그로 인해 커피 양을 늘려 트리플 샷을 사용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