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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Apr 20. 2023

가장 맛있는 커피는

쉬는 날엔 집에서 커피를 내려마신다. 좀 지난 커피 원두가 있어 커피를 내렸다. 그 맛있던 커피가 시간이 지나니 밋밋하고 떫었다. 산패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래도 마셨다. 내게 있어 커피는 '맛'이 가장 중요하지만 가끔은 커피의 기능을 원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맛이 중요하지 않다. 내 몸으로 흘려보낸 커피가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그 기능을 해줬으면 하고 바란다.


한 잔을 다 마셨는데도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맛으로 만족을 느끼지 못했는지, 커피의 절대적 양이 부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몸은 여전히 커피를 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까 마신 커피를 다시 마시고 싶지는 않았다. 찬장을 뒤져보니 드립백이 있었다. 오! 드립백!! 제조일자도 괜찮다. 사실 찬밥 더운밥을 따질 때가 아니다. 커피가 이렇게 당기는 날이 일 년 365일 중 열흘 정도 되는 나에게, 어찌 됐든 긴급 수혈을 해줘야 한다.


어? 맛있는데?


짧은 순간 깊은 깨달음이 왔다. 사실 깨달음이라는 것은 알던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려니 했던 것이 손에 잡히는 것이고, 망각했던 것을 다시 손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스승님이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좋은 커피, 아끼다 x 된다.’


가장 맛있는 커피는, 역시, 신선한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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