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만들어 낸 것

by 홍 필구

전에 친구와 야간산행을 간 적이 있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제안이 좋았다.

때론 오래전에 해놓은 약속보다 갑작스러운 제안이 더 설레는 법이다. 개인적인 일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의지도 원동력도 잃었던 몇 개월이었고 그 기간 동안에는 하지 않으면 안 될 필수적인 일에만 남은 힘을 다 짜내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한동안 출근 외에는 외출을 하지 않을 때라 더 좋았던거 같기도 했다. 야간산행이라 랜턴을 챙기고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챙겼다.

산에 오르기 전부터 끊임이란 걸 두지 않고 대화를 나눈 우리는 정작 산에 오르는 중에는 거의 말이 없었다.

봄이지만 아직 겨울의 그림자가 남아있어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등산로의 중간쯤에서 만난 중년부부를 끝으로 정상에 오를 때까지 보이는 것이라곤 별과 달 뿐이었다.

공포와 낭만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던가

조금씩 깔리는 짙은 어둠과 적막 그리고 적막 사이로 간간이 들리는 야산의 정체모를 소리는 우리를 떨게 만들기 충분했다.

우리는 들리는 소리를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소리의 공포를 실체화하고 싶지 않았던 까닭이었을 것이다.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쫓기듯 오른 등산은 꽤나 힘들었다.

정상에 도착하니 익숙한 동네의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은 아파트 숲. 다른 편엔 도시 외곽도로와 강이 눈에 들어왔다. 강에 비친 달과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의 불빛은 도시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자동차와 가로등, 달빛, 그리고 달빛을 품고 있는 강. 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각각의 하나하나는 그저 머물고 있는 자리에서 빛나고 또 존재할 뿐이었다. 억지로 예쁜 풍경을 만들어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이 그 자리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움은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잠시 그 풍경에 사로잡혀 멍하게 내려다보고 있으니 곳곳에서 사람 소리가 조금씩 들렸다.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 그리고 커플들

갑자기 마음이 더 놓이기 시작하면서 그 모습들이 따뜻하게까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감정이란 것이 환경에 따라 이렇게도 빨리 바뀔 수 있단 걸 알게 되었다.

그날의 야간산행이 특별한 이유는 나의 평생 처음으로 시를 쓰게 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난 그 후로 나의 마음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때론 시로

때론 글로

마음을 글로 쓴다는 것

어쩌면 그것은 달빛에 비친 달처럼 또 도로 위의 가로등처럼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이미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봄저녁

달이 뜨고 별이 반짝이고 불빛이 녹지 않은 강물위로

봄바람이 지나가면

그 순간을 함께 할 수 없음이 괴로워

이 시간과 공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가

훗날 그대에게 모두 드리고

함께하고 싶었다 말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