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밤이 창가를 스칠 때,
당신의 체온은 소리 없는 잇닿음이 되어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두드렸네.
단 하나의 말도 없이,
우리는 이미 서로를 껴안고 있었지.
그 부드러운 흐릿한 틈새이 내 본질에 스며들며
무엇도 묻지 않고도 모든 것이 전해졌네.
당신의 눈 속엔 작은 별안개가 담겨 있었지.
그곳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울림이 있어
나를 자연스럽게 당신에게 이끌었네.
어둠 속에서도 느껴지는 그 시선,
그건 동틀 무렵보다도 뚜렷하며 따스한 것이었네.
당신의 손길은 은은히 스미는 달그림자처럼
아무런 소리 없이도 모든 것을 전했네.
그 따스함은 수많은 계절을 지나
서로의 마음 속에 하나로 엮였고,
그 엮임은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가장 순수한 결속이었지.
침묵 속에서 스미는 감각이란 얼마나 깊은가.
소리도 색깔도 없는 그 자리에서
당신은 나의 전부가 되었고,
나는 당신의 일부로 녹아들었네.
서로를 채우는 이 은근한 힘이야말로
우리가 나눈 사랑의 참된 본질이었지.
기척이 창문 틈새로 스미는 것처럼
당신은 내게 다가왔네.
그 다가옴에는 망설임도 머뭇거림도 없었지.
마치 본래부터 그러했듯,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에게 속했네.
그리움이 없는 사랑이라면 얼마나 단단한가.
눈을 감고서도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멀리 떨어져도 마음은 한곳에 머물렀지.
그 조용한 믿음이
우리를 흔들리지 않게 했네.
아무 말 없이 마주 선 그 순간,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나누었지.
당신의 침묵은 나의 침묵과 어우러져
하나의 언어가 되었고,
그 언어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진실을 품었네.
사랑이란 말보다 더 깊은 자리,
그곳에서 당신은 내게 씨앗처럼 단단한 새순이 되었고,
나는 당신에게 피어나는 이파리가 되었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땅이자 하늘로
마음을 이어갔지.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당신과 나는 한결같이 함께였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그 순간들,
우리는 그것을 말하지 않고도 느꼈지.
이 마음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고,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네.
말 없는 사랑은 강심처럼 깊었고,
그 안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었네.
침묵 속에서 자라는 이 사랑은
계절이 흘러도 시들지 않는 청초한 잎결처럼,
늘 생생하고 견고했지.
우리의 손길이 만나지 않아도
이미 닿은 것과 다름없었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품고도,
더 이상 갈 곳을 묻지 않았지.
이것이 우리가 나눈 사랑의 모습,
말없는, 그러나 모든 것을 말해주는 스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