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떠오르는 말이 있다.
‘나다움이란 대체 무엇일까.’
예전엔 그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묶어 그게 곧 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다 보니 그런 단순한 정의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자꾸만 생겨났다.
좋아했지만 이제는 낯선 것들, 한때는 미워했지만 지금은 소중한 것들.
그 모든 혼란의 중심에 ‘나다움’이 있다.
가끔은 충동적으로 움직일 때가 있다.
치밀하게 분석하고 계산해서 내린 결정이 아니라,
그냥 끌려서, 그냥 한 번 해보고 싶어서
움직이게 되는 순간들.
예전엔 그런 나를 미워했다.
왜 그렇게 생각 없이 굴었을까,
왜 조금만 더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때 왜 그 선택을 했을까.
하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을 조금씩 바꾸는 중이다.
그 충동들, 그 본능적인 선택들이야말로
진짜 내 마음이 드러났던 순간이었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주, 성공한 행동만이 나의 일부라고 착각한다.
남들에게 떳떳한 결과만이 ‘진짜 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처럼 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실패한 일들, 금세 포기한 관심사, 충동적으로 덤볐다가 금방 식어버린 열정.
그 모든 순간에도 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결코 무가치하거나 창피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안에 가장 솔직하고 가려지지 않은 내가 있었다.
살아가며 수없이 스쳐지나간 선택들.
그 속에서 뭔가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어쩌면 ‘나다움’은
앞으로 만들어갈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나온 날들 속에 살아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릴 적 유난히 끌렸던 것들, 반복적으로 빠져들던 취미,
사소하지만 매번 마음이 흔들리던 순간들.
그게 진짜 나였던 나의 조각들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대로 조율되고 다듬어지기 전의 나,
그때의 감정들,
그 감정들이 남긴 흔적들.
그걸 무시하지 않고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
그게 지금의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우린 자꾸만 ‘더 나은 나’를 찾으려 한다.
성숙한 나, 똑똑한 나, 실수하지 않는 나.
하지만 그건
조금 슬픈 착각이다.
진짜 중요한 건 ‘더 나은 나’가 아니라
‘진짜 나’다.
때로는 유치하고, 때로는 무책임하고, 가끔은 어설픈 그 모습이
그저 내가 아니었다고 치부하면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그래서 요즘은 판단하지 않고 과거를 돌아보는 연습을 한다.
실수도, 실패도 그저 하나의 기록으로 남겨두는 연습.
그 안에 있는 ‘나였던 나’를
더 이상 숨기지 않기 위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에 울고, 무엇에 웃는지,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그걸 아는 사람이
어쩌면 진짜 단단한 사람 아닐까.
‘나다움’이라는 건 결국 나만이 연구할 수 있는 분야다.
누가 대신 정의해줄 수 없고, 표준도, 정답도 없다.
다만 매일 조금씩,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조용히 바라보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연구 방법이다.
그리고 그 연구는 과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살아 있는 감정, 가공되지 않은 행동,
모두 내 삶의 진실한 흔적들이다.
언젠가 누군가가
“너는 어떤 사람이야?”라고 묻는다면
그저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직 나도 연구 중이야. 근데 분명한 건,
그 서툴고 어설펐던 순간들이 내가 진짜 나였던 날들이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