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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끔 Jun 13. 2023

아르테미스의 피가 흐르는 사람들

ADHD 본능 : 사냥꾼 편


ADHD 유전자는 만들어진지 40000년 밖에 되지 않은, 최근에 생긴 유전자이다. 그럼에도 다른 유전자들보다 아주 널리, 또 많이 퍼졌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유전자가 인류문명이 막힘없이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하는 형질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수렵, 채집 사회에서 ADHD 유전자는 그 가능성을 최대로 발휘했다.


사냥꾼이라는 테마에서의 ADHD



 ADHD들은 특히 소리 자극에 약해, 특정한 소리가 들리면 하던 것 상관없이 그 소리에 집중해버리고 만다. 순간적으로 새로운 것이 눈에 보여도 비슷한 작용이 일어난다. 학교에서는 이런 특성을 '산만함'으로 취급하곤 한다. 하지만 주의력 분산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보를 캐치할 수 있는 능력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뛰어난 사냥꾼은 작은 동물의 움직임, 바람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미세한 정보를 캐치해  즉각 대응한다. ADHD들은 야생의 환경에서 주변의 위험요소들을 파악하거나 사냥감의 흔적을 찾는 것에 엄청난 재능을 보였을 것이다. 


타이타닉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배가 침몰하고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당장 구명선을 타고 탈출해야 했다. 그때 정신 못 차린 여주인공의 어머니가 구명선에서 서민들과 앉기 싫다며 1등석 따로 없냐며 눈치를 주고, 그 구명정은 인원수를 다 채우지 않은 채로 바다에 내려졌다. 선택하나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통념 따윈 버려야 한다. 기존의 사회의 시스템과 규칙들을 버리고 지금 당장 느껴지는 감각과 본능에 따라 새로운 규칙을 즉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언어로 표현할 새도 없이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사냥은 매 순간이 긴장과 위협의 연속이다. 사냥꾼은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통념과 규칙을 깨부수고 목숨을 건질 파격적 전략을 떠올리고 이를 즉각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ADHD들이 어리바리하다고 느껴지는 행동 패턴이 있다. 문제상황에 대해 일단 즉각적 판단 후 행동을 수행하고, 그 행동의 이유를 말로 설명을 못하는 것이다. 사실 이는 들어온 정보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판단과 수행하기 때문에, 말로 표현하기를 어려워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냥꾼처럼 본능적으로 판단하고 행하는 것뿐이지, 이유 없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사냥은 농사처럼 한 곳에 오래 할 수 없다. 동물들은 항상 움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냥꾼은 항상 새로운 사냥 지를 개척해야 하고, 다른 곳을 모험해야 한다. ADHD는 위험요소를 많이 못 보는 경향이 있다. 위험요소를 알아도, 덜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과감한 선택을 한다. 이런 모험가적 측면은 사회의 발전을 가져다준다. 일상적인 것을 지루해하고, 열정적이고 스릴 있는 것을 추구하는 ADHD 유전자는, 인류가 다른 곳을 개척하는 것에 큰 기여를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모든 사실을 토대로 감히 아르테미스를 ADHD 같다 주장한다.

이주향 님의 '신화, 내 마음의 별'에 따르면, 신화에 나오는 그의 행동은 직관적이고, 정열적이고, 파괴적이며 자유롭다. 아르테미스를 표현하는 이 4가지의 서술어는 ADHD를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아름답고도 강인한 아르테미스의 피가 우리의 몸에 흐르다니, 이 얼마나 멋있는 일인가?


이렇게 ADHD속에 있는 사냥꾼의 특질을 알았으니, 우리는 DNA에 새겨져 있는 사냥꾼의 본능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장점을 발휘하며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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