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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봉이 Jan 26. 2023

독일, 회색 빛 나라에서 따뜻함을 찾다

우리가 잘 알던, 그리고 알지 못했던 독일의 요리들


맥주의 나라 독일!

독일하면 옥토버페스트가 제일 먼저 내 마음을 스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축제에 방문하면 세계의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전통옷을 입고 춤을 추고, 거대한 저그에 맥주를 콸콸 부어 마시곤 한다.


나는 그 축제에 가보진 못했다. (실망)

그러나 우리가 옥토버페스트처럼 평소 전형적으로 알고 있는 독일의 음식들과 또 내가 독일에서 맛본 새롭고 신기했던 음식을 소개하려고 한다. 두 개의 음식이 매우 상반돼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먼저 새롭고 신기했던 경험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경험해 본, 베지테리언 문화였다. 동행과 함께 무엇을 먹을지, 추운 날씨에 많이 고민하던 참이었다. 따뜻한 쌀국수로 마음이 가던 그때, 독일에 와서 동행은 돼지고기를 하도 많이 먹었다며 몸이 건강해지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인생 처음으로 베지테리언 식당에 방문했다. 식당의 이름은 ‘Factory girl’.

베를린 미테지구 근처에 위치한다.


미테지구와 베지테리언 식당


놀랍게도 베를린은 유럽 비건의 수도라고 불릴 정도로  비건 문화가 성행하고 있었다. 내가 방문한 이 식당 이외에도 거리에 비건식당이 즐비했으며 베를린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채식 식단까지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고기를 먹을 수 없어서나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비건이 된 것이 아닌, 윤리적인 이유에서 비건이길 선택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탄소중립, 지속가능한 식생활이 사람들이 비건을 선택한 주된 이유이다.


그래서인지 채식 식단이 아주 발달돼 뛰어난 맛의 식사를 할 수 있다. 채식은 풀 맛이 나고 다 맛없을 거라는 건 나의 크나큰 착각… 아니 잘못된 생각이었다!



내가 주문한 이 아이의 이름은 ‘Turk’s mom


사워도우가 곁들여져 있고 계란은 노른자가 흘러내릴 점도로 주문했다. 비건과 베지테리언의 차이는 고기를 제외한 고기에서 비롯되는 어떤 음식도 먹는지 아닌지로 구분된다. (이를테면 계란과 같은…) 처음 도전하는 베지테리언 메뉴였기에 ‘단백질 정도는 있어야 좀 먹는 맛이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고소한 계란 아래에 볶은 시금치, 로켓 (루꼴라), 그리고 갈색을 띨 때까지 달콤하게 볶은 양파가 들어가 있다.  

이 맛있는 한 접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친구는 바로 아래에 넓게 펼쳐져있는 하얀 소스-갈릭허브소스이다.



갈릭 허브 요거트 소스였는데 마치 갈릭 마요를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Plant based라고 적혀있는 걸 보니 계란이 들어가는 마요네즈와는 다른 소스인 것 같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에 초록색으로 흩뿌려진 저 민트소스를 섞어먹으니 입이 저절로 신선해지고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계란의 노른자를 깨서 각종 야채, 소스와 버무려 먹으니 이게 베지테리언 음식이라는 생각은 잊어버렸다. 곁들여진 사워도우에 또 소스와 계란을 푸욱 찍어먹으니 포만감까지 더해져 든든한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앞의 동행은 밀가루를 먹지 못해 글루텐 프리 옵션을 주문하였다. 동행 역시 맛있는 한 끼에 서로 눈을 마주치자마자 이거… 진짜 맛있는데?! 를 서로 주고받았다



베지테리언 음식이 이렇게나 맛있고 풍부한 맛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매일 베지테리언만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정도 수준까지 채식 식단을 올려놓은 베를린이 새삼 멋지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베지테리언 한 끼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지 말라고?)  그러나 너무 맛있는 걸 어떡해.


채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꽤 까다롭고 소위말해 유난을 떤다고 감히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비건의 의미를 깨닫고 또 한 번 음식에서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소중하고 따뜻한 한 끼였다.


그리고 이어서 우리가 흔히들 아는 독일의 음식이 등장한다!

슈니첼 그리고 학센


프랑크푸르트의 클로스터 호프
클로스터 호프에서 시킨 맥주 한잔


프랑크 푸르트에서 슈니첼을 먹은 적이 있다. 나름 꽤 유명한 식당에서 먹었는데 슈니첼에 대한 인상이 좋진 않았다. 그냥 얇게 핀 돼지고기를 튀긴, 우리나라의 돈가스 같은 음식.


먹어보니 크게 놀랄만한 맛은 아니었지만, 독일의 대표 음식들은 맥주와 함께 마실 때 빛을 발한다. 얇게 튀긴 튀김옷 사이로 느껴지는 짭짤한 고기의 맛..

진짜 짭짤해서 안 되겠다 싶을 때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켜면 느끼함이 싸악 씻어내려 간다.


내가 먹은 슈니첼은 버섯 크림소스가 올라간 슈니첼로 볶은 듯한 면이 사이드로 나온다. 기본 슈니첼 이외에도 다양한 슈니첼이 있는 걸 보니 우리나라 김밥처럼 위에 어떤 재료를 올리냐, 어떤 향을 가미하느냐에 따라 더 다양한 메뉴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베를린에서 먹은 슈니첼과 학센은 또 달랐다.


베를린의 슈니첼


바삭한 슈니첼의 사이드로 살짝 으깬 감자가 나왔고 마멀레이드 잼으로 보이는 소스가 곁들여져 있다. 베를린에서 먹은 이 슈니첼의 튀김옷의 결이 더 살아있는 것이 프랑크푸르트에서 먹은 것보다 더 맛있었다.

그리고 감자가 고소하고 신선했다. 역시 감자의 나라 독일!


그런데 진짜로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학센!


학센은 우리나라 족발과도 유사한 메뉴로 차이점이 있다면 겉을 바싹 튀겼다는 것이다. 속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한.. 처음 썰어서 겉의 튀긴 부분과 속살을 함께 먹었을 때 정말 정말 맛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밑에 깔린 소스는 브라텐 소스로 서양의 그레이비소스 생김새가 비슷하다.

차이점은 야채 베이스라는 점! 고기의 기름을 이용하여 만드는 그레이비와 달리 독일의 브라텐 소스는 야채를 달달 볶다가 치킨스톡이나 육수를 넣고 한소끔 끓여주어 걸쭉하다.

이 소스를 학센 밑에 깔고 함께 먹으면 고기의 풍미가 더더 올라간다.

사이드로 감자가 또 올라왔는데 내가 먹은 감자는 매시드가 아니라 찰딱하게 만들어진 카토펠 크뇌델.


감자 경단처럼 생긴 요 친구는 매시드 포테이드와 달리 찰딱한 식감에 고소한 맛을 가지고 있다. 덜 느끼하고 소스와 곁들여 먹으면 맛이 더 좋아진다.


맥주를 먹고 싶었으나 배가 빨리 부를 것 같아 하우스 레드와인 한잔을 주문했다. 술이 들어가니까 몸은 따뜻해지고 따끈한 음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니 마음도 따뜻해졌다:)


여전히 독일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나치의 문화가 잔재하는 차가운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나치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를 했음에도 매년 관광객들은 독일을 방문하면 꼭 유대인 수용소를 방문할 만큼 과거를 잊지 않고 있다. 독일을 다니면서 인종차별을 당한 적도 있기 때문에 나라에 대한 기억이 순전히 좋다고만 말할 순 없다.


그러나 독일은 유대인 학살공원을 만들어 과오를 반성하고 브란덴 부르크 문 앞에서 독일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반대를 열심히 외치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슈니첼 학센과 같은 독일의 유명한 육류 음식문화 그리고 그 속에서 독일에서 경험한 뜻박의 윤리적 베지테리언 문화처럼 독일은 상반된 두 가지 매력이 공존하는 나라이다. 안 좋은 기억들 사이에서도 기분 좋았던 경험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차갑지만 따뜻한 나라,

나는 독일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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