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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년필 Apr 11. 2023

외도에서 인재까지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봤다 한 주

잠시 외도를 하고 돌아왔다. 알라딘 투비컨티뉴에서 일정 조건을 채우면 조회수 당 30원을 준다기에 혹해서 다녀왔다. 투비컨티뉴에서는 리뷰를 위주로 글 5개를 올렸다. 브런치에 발행했던 도서 리뷰도 하나 가져다 넣었다.(물론 여기서는 발행취소했다.) 그 결과 글 5편 통합 조회수 20회를 얻었다. 허무한 것. 


투비컨티뉴에서는 너무나 명확하게 글쓰기를 돈에 연결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브런치에서는 무료발행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는데 투비컨티뉴에서는 전부 유료, 일부 유료(앞 문단에서 호기심을 자극한 후 어느 문단부터는 비용을 지급해야 볼 수 있도록 지정할 수 있다.), 전부 무료 이렇게 선택지를 주었다. 자신의 글에 자신감이 있다면 얼마든지 유료발행을 통해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신 돈이 걸려있어서 그런가 굳이 눌러보지 않아도 선정적이고 자극적임을 알 수 있는 글들이 꽤 눈에 띄었다.


그동안 나는 시험관 4차를 시작하고, 난자를 채취하고, 수정하고 모두 폐기했다. 채취 이틀 만에 회사 시산제에도 다녀왔다. 음주운전으로 접촉사고를 내고 징계를 받은 동료의 이야기도 들었다. 2023년은 분명 행운이 들어오는 해라고 토정비결에서 이야기했었는데 주변에 좋은 소식은 없고 죄 흉흉한 이야기뿐이다. 돈이라도 많이 벌면 기분이 나아졌을 텐데. 조회수 20이라니. 


 피곤하고 지쳐 보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으면서 온몸이 팅팅 붓고 아프고, 편도염에 전신 근육통까지 생겨서 지난주는 최악의 컨디션이었던 것이 맞다. 그러나 이번주에는 모든 것을 끝내고 부기도 서서히 빠지고 있고(이제 반지가 빠진다) 피로도 많이 가셨는데도 내 표정이 너무 안 좋은가 보다. 


 회사가 바라는 인재는 힘들고 짜증 나고 화나도 겉으로 티 내지 않고 항상 미소를 유지하는 직원. 한결같은 작업 속도를 유지하는 직원. 비록 나는 힘들더라도 주변에 힘들어하는 동료가 있다면 돕는 직원. 그리고 입이 무거운 직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나는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은 아니다. 늘 투덜거리고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며 컨디션에 따라 작업속도가 확연하게 차이 난다. 아, 그래도 나 힘들더라고 주변을 돕기는 한다. 마지막으로 입이 매우 매우 매우 매우 가볍다. 


타 지부에 있다가 이번에 전출 온 남자 동기가 있었는데 집이 가까워서 왔다길래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타 지부에 공통으로 아는 사람도 있었기에 잘해줬는데 업무만 끝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집에 가버리고 주변 눈치를 많이 살피는 것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병가를 내겠다고 했다. 굉장히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음주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를 내서 형사고소당한 상태에서 징계성으로 전출을 보낸 것이었다. 병가 쓰고 열흘 후에 징계가 확정되어 알게 되었다. 


타 지부에 있는 동기에게 이야기했다. 왜 알려주지 않았냐고. 아니 여기가 무슨 쓰레기통이냐! 뭘 보내냐 데리고 있어야지.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한결같이 잘해줄 수 있었다. 만약에 알았다면 엄청 어색한 표정으로 슬슬 피해 다녔을 것이다. 입이 무거운 내 동기. 회사가 원하는 인재.


근무시간에 어? 나 좀 살만한데? 하고 생각하면 뭔가 빼먹은 것이 있더라. 그래서 노는 시간 없이 충실하게 뭐라도 찾아서 하면서 보내고 있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사는 나에게 언젠간 강~ 같~은 평화~가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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