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닿을 시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의 후예

정끝별 시

by 소라비

해초인 줄 알고 어미 새가 삼킨
찢어진 그물을 아기 새가 받아먹고

토해내지 못하고

물고기인 줄 알고 어미 새가 삼킨
라이터와 병따개를 아기 새가 받아먹고

소화하지 못하고

오징어인 줄 알고 어미 새가 삼킨
하얀 비닐봉지를 아기 새가 받아먹고

일용할 양식으로 일용한 죽음의 배식

빙하 조각처럼 떠돌다 해안에 도착한
거대한 스티로폼 더미에 갇혀

깃털 하나 펴지 못하고

쓰레기로 꽉 찬 폐기물이 되었다
찍찍 유리에 긁히는 소리를 내며

죽어서도 썩지 못하고




시 한 편을 읽었을 뿐인데 끔찍한 꿈을 꾼 듯합니다.

행마다 연마다 벌을 세웁니다.


잘못 했 어 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