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연 시
금가버리라지
깨진 것도 붙이는데
사람 사이야 뭐 어렵겠어
근데 언니, 안 붙는 건 진짜 안 붙더라
액상 접착제가 제일 잘하는 건
제 입구를 먼저 막아버리는 것
노력은 지난 노력을 뜯어낸 후에 가능했어
근데 언니, 엎지른 것도
사실 거의 담아낼 수 있잖아
금간 대로 사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나쁘게 사는 삶도 있는 거겠지
괜찮다 말해줄래?
나는 깨지진 않는 거잖아
길바닥에 던져져도 다시 일어나긴 하잖아
그게 문제였을까, 언니
멍은 없는데 왜 종일 박살난 마음이니
그 모양 그대로인데
왜 몇 조각 잃은 퍼즐 같니
완벽은 없다지만
언니, 나 괜찮다 말해줄래?
손금도 자주 씻어주면
운명도 붙는 날 있는 거겠지
시 제목 <희망>과 이 매거진 이름 <닿을 시>가 어쩐지 서로 이어져 보입니다.
벨크로처럼 딱 달라붙었다가 스르르 풀렸습니다.
떼었다 붙였다, 소란한 파열 뒤엔 시만 덩그러니 남아 그 자리를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