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힐링 담론 : 현타
38, 39, 40… 39, 38.
앗! 브런치가 요상하다.
오늘 아침도 브런치 앱으로 시작한다. 휴대전화 화면을 열고 브런치에서 발송한 새 알림을 확인하는 것이 하루를 여는 나의 루틴이다. 한 편의 글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내 브런치 상단에 있는 구독자와 관심 작가의 수에 시선이 멈춘다.
구독자 수. 요 며칠 나는 이 숫자에 집착이 생겼다. 원래는 이런 수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엔 달랐다. 최근 지속적인 구독 정체 리듬 때문일까. 내 마음은 코스피 하락만큼이나 꽤 심란하다. (이게 뭐라고)
내게는 두 개의 인터넷 글쓰기 플랫폼이 있다.
맛집이나 카페 후기, 문화 전시 관람 등 정보성 글을 올리는 블로그가 있고 다른 하나는 수필이나 에세이 혹은 넋두리 식의 글을 올리는 브런치 스토리이다. 목적은 다르지만 둘 다 나만의 글쓰기 공간이다. 두 플랫폼은 다양한 매뉴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인스타에서의 팔로우 개념과 같은 것으로 관심 있는 혹은 좋아하는 누군가의 게시물과 정보를 지속적으로 볼 수 있는 ‘서로 이웃’ 또는 ‘구독자’ 시스템이 존재한다.
먼저, 나의 블로그. 서로 이웃 2천 명을 넘긴 블로그는 글쓰기 하려고 개설한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었다. 매일 글을 쓰면서 이웃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어디서 내 글을 봤는지 짐작이 안 갈 만큼 다양한 콘텐츠의 블로거들이 매일 이웃하자고 신청해 온다. 광고는 물론 수익을 권하는 다양한 글이 하루에도 몇백 건씩 게시되니 모든 글을 읽기는 불가능하지만 되도록 읽으려 애쓰고 소통 하려고 한다. 덕분에 블로그 초기부터 교류해 온 ‘서로 이웃’들은 오래된 친구처럼 애정이 깊다.
그리고 또 다른 공간인 브런치 스토리. 브런치는 입성한 지 5개월이 되었는데 좀처럼 구독자가 늘지 않는다. 브런치에서 구독자 늘리기 참 어렵다더니 진짜 그런 것 같다. 내 나름대로는 블로그와 차별을 두고 있는데 조금 진지한 이야기들, 블로그에서 하지 못한 긴 이야기를 쓴다. 하루 두세 시간을 써서 일주일에 한 편의 작품을 발행한다.
꾸준히 쓰면 언젠간 좋은 날(?)이 올 것 같은 생각에 숙제하듯 쓰기도 한다. 브런치에서는 오직 글로 친구를 맺고 싶었고 그렇게 한 편의 글을 발행할 때마다 한 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그것은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나도 구독자 40명대에 들어섰고 늘어나는 공감 수를 보면 내 편이 생긴 듯 신났다.
그런 날도 잠시, 최근 뜻하지 않는 곳에서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왔다. 내 브런치의 구독자 수가 오르내리는 것이다. 브런치 입성 몇 달 만에 맞닥뜨린 이상한 기류라고 할까.
구독자 수가 다시 30명대로 돌아갔다. 처음 그런 숫자의 변화를 보았을 때 나는 내가 뭘 잘못 만졌나 싶은 생각에 애꿎은 브런치 앱만 껐다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야속한 아라비아 숫자는 본 그대로였고 오히려 더 내려가기까지 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아뿔싸! 밑장 빼기 전법(?)이 브런치에도 있을 줄이야.’
브런치에서 밑장 빼기란 누군가가 내 브런치를 구독해 놓고 내가 맞구독하면 얼마 뒤 내 브런치의 구독을 취소하는 경우다. 한마디로 양아치스러운 구독자 늘리기 전법이라고 할까.
실망, 실망 대실망!
사실 블로그에서도 가끔 그런 일이 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개설할 수 있는 플랫폼이고 하루에도 수만 콘텐츠가 쏟아지는 곳이니 별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브런치 스토리는 다르다. 혹독한 심사 과정을 통해 작가자격을 주고, 그 자격을 받은 사람들이 쓰고 구독하는 공간이 아니던가. 글을 쓴다는 공통의 관심으로 예의 있고 매너가 넘치며 서로 배려하고 응원하는 뭐... 그런 친밀감으로 소통하는 곳. (나만 그런 생각?)
먼저 구독하겠다고 옆구리 팍팍 찔러놓고 이제 와 밑장 빼기를 하시니 배신감 마저 든다. 어쩌면 특별한 공간이라는 너무 큰 나의 기대감이 불러온 불편한 감정일 수 있지만, 아직 40명 채 되지 않는 내 영역에 누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데 티가 안 나느냐 말이다.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그렇게 지워진 나는 내 글이 '이상한가' 혹은 '잘못됐나' 싶은 생각에 자괴감과 상실감마저 든다. 브런치에서 왜 그 전법(?)이 필요한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나의 브런치 구독자 38명, 브런치 인생 몇 달 동안의 소중한 인연들. 첫 구독 해주신 토끼의 지혜님, 엘리아나, 독서나무, CreEp, 이안정, 태현, Book Blog, 겨울나무, 한결나은, 김연정, 미래플랫폼, 아린, 정차장, 화가경영학자, 아영, 편집왕, 이상, dm, 신사진, GALAXY IN EUROPE, 글쟁이, 김윤희, 최굴굴, 빛나는 사람, 별사탕, 신소운, 헤더, 프로배움러써니지니, 보물강아지맘, 빨레터, 구론산바몬드, HRKIM, 뚜뛰빵빵, 바람마냥, 채소의꿈, 오석연, 담담글방.
새 글이 올라오면 찾아 읽고 피드 주시는 고마우신 분들이다. 생각날 때마다 친구 집 가듯 작가님의 공간에 들르고, 글마다 녹아있는 다른 인생을 엿보는 게 지금은 가능하다. 어쩌면, 오히려, 지금이 딱 좋다.
브런치에는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도 다양하다. 자기가 바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다가가든 틀렸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조금은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친근하게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놓치는 것은 없는지 둘러보며 말이다. 그러면 적어도 나 같은 브린이는(브런치초보) 현타 맞을 일도 없을 테고.
이리하여 나의 브런치에는 엑스트라는 지나갔고 이제 주인공들만 남았다. 구독자가 많아야 좋은 작가는 아니잖아!
오늘부터 나는, 요상한 흐름에 흔들리지 말고 내 갈 길 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