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단, 용서할 수는 없겠다.
너는 나에게 용서를 빌지 않았으니
하나 내 마음 한편에 있는 원망을 밀어내기로 했다.
한 날 아이가 열이 펄펄 끓어 해열제를 먹여도 내리지 않을 때,네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단지 병원을 알아보는 전화를 하고 아이 옷을 입혀 차에 태우며 현실을 이겨내는 데 집중할 뿐이었다.
일 전의 아이가 아플 땐 네 생각이 나더라.
그것과 동시에 원망이 들었다.
“아이가 이렇게 아픈데.. 아빠라는 사람은...”
라는 돌아오지 않을 원망과 깊은 미움을 품었다.
그런 마음 끝엔 내 눈물뿐이고,
현실을 헤쳐나가야 하는 건 오롯 내 몫임을
깨닫는 건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나는 길에서 넘어지면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일어나고
아이가 떼를 쓰면 시간이 해결해주겠거니 가만히 기다리고
혹 내가 아프거나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찾아간다.
집에 수리해야 할, 고장 난 무엇이 생기면
내 손으로 해결해보려 했다가 결국 사람을 불러 고치기도 한다.
죽어 삶의 끝에서 만난다면 해줄 법한 말들이 남아있긴 하나,
지금은 생각지도, 원망하지도 않으련다.
나는 내 삶을 헤쳐나가기에도 하루가 너무나도 짧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