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책을 선택했다 2>
내가 '천재'로 불리다니! 하는 일의 대부분이 책을 읽는 일과 관련된 덕분에 나는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를 비롯한 가까운 지인들에게 '천재'로 불린다. 우리가 어릴 때 자주 부르는 별명들이 있었는데, '바보'(바다의 보물)처럼 천재도 그런 의미였다. '천하에 재수 없는 놈'이라는 뜻이다! 왜 그렇게 불릴까? 그들이 나를 천재로 부르는 이유는 대개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이유는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책만 읽는 '바보'이기에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핀잔을 준다. 책만 읽는 생활은 일도 독서이고 여가도 독서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거나 당구를 치거나 등산을 가기도 하지만, 그런 활동은 책 읽는 시간을 희생하는 시간이기에 아까울 수밖에 없어 자주 갖지는 못한다. 책 속에 빠져 사니 시각도 협소하여 사회를 제대로 볼 줄 모른다는 핀잔도 듣는다. 책만 보니 세상과 인간관계를 잘 모른다?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지만 굳이 반박하지는 않는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둘째는 소위 'SKY' 출신도 아닌 주제에, 겨우 학부 그것도 공대를 나온 내가 아는 척은 많이 한다는 이유다. 세상의 거의 모든 학문 분야의 책을 읽다 보니 얕은 교양이나 상식 선에서 이것저것 아는 게 많아질 수밖에 없다. 자랑할 만한 스펙도 아니면서 무슨 아는 척은 그렇게 하냐는 꾸지람이 섞인 비아냥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학벌은 하나의 '주홍 글자'임이 분명하다. 사회는 평생 문과와 이과를 나누어 대우를 하고, 학벌이 좋거나 전문가라면 그 사람의 말은 거의 옳다는 의미이며 그렇지 않다면 그와 반대인 셈이다. 이런 경우에도 반박 불가다.
셋째 이유는 모든 걸 비판적으로 보고 생각하며 말하는 습관 때문이다. 좋은 책에서는 그 어떤 완벽한 이론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말라는 충고가 대부분이다. 그런 모습이 지인들의 눈에는 세상을 너무 염세적으로 바라본다거나 피곤하게 산다고 보이는 모양이다. 정신적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때와 장소에 따라 비난을 받기도 한다. 세상에 완전하고 완벽한 이론은 드물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과학적인 지식과 이론이라도 인간의 감정이 개입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본다.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 한 일도 얼마든지 시간이 지나면 보통 일이 될 수도 있다. 진리는 존재하되 그 모습은 시대와 환경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상식, 보통, 평범 따위의 말은 언제든 그 속성이 변하기 마련이고, 엄밀히 따진다면 그런 말은 아예 있을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유사 이래 인간의 모습을 보더라도 모두 독창적인 개성을 지니고 있을 알 수 있다. 비판적 사고는 독서 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밑바탕이 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는 나이를 먹고도, 아니 평생을 책만 보고 산다는 의지에 대한 나무람이다. 공부는 다 때가 있는데, 젊어서 공부할 때는 열심히 하지 않고 이제야 다 늦은 나이에 책을 파며 공부에 열중한다는 비난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이 역시 무시한다. '평생 공부'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과거에 하지 못한 일이라 해서 지금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청소년기에, 중고등학교나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으니 오히려 지금 더 열심히 할 수도 있다. 그게 어찌 비난을 받을 일인가.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정말 늦었단 말인가!
천재라고 놀리는 지인들의 관심이 때로는 반갑기도 하다. 나에 대한 관심조차 없다면 그런 비난도 하지 않을 테니까. 자신들도 책을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기에 놀림이 거칠수록 부러움도 묻어 나온다. 책을 많이 읽어도 정신적 성숙이 새순이 나듯 혹은 꽃이 피듯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지는 않는다. 책에 집중하면서 자기반성이나 자아성찰이 이루어지는 시간을 기다릴 뿐이다.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의 진정성이 더해가면 갈수록 그들의 비난은 저절로 줄어들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나는 '천재'다, 책 많이 읽는 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