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책을 선택했다 2>
나는 한번 잡은 책은 억지로라도 끝까지 읽는다. 포기하지 않고 읽는다. 대부분의 독서 전문가들은 어떤 책을 읽다가 읽기 싫으면 얼마든지 중간에 그만 읽으라는 말을 금언처럼 한다. 세상에 좋은 책은 많고 많으니 처음에는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했어도 중간에 재미를 잃거나 계속 읽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될 때에는 과감히 책을 덮으란다.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는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독서에 흥미를 느끼면서 책 읽는 습관이 붙도록 유도하려면 그런 방법도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독서 전문가들의 조언과는 전혀 다른 책 읽기 습관을 가지고 있다. 웬만해선 한번 잡은 책은 절대로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책 중에서 관심이 가거나 좋은 책이라 여겨 선택한 책은 그 나름대로의 충분한 과정을 거쳐 내 손에 잡힌 책이다. 때로는 왜 이런 책을 잡았는지 내 머리를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서 읽는 시간 동안 고통스럽고 지루하지만 결국은 읽어낸다.
중간에 읽기를 멈춘 책들이 아주 가끔 있는데, 대개는 '자기 계발서'다. 맹목적인 '하면 된다' 혹은 '무한 긍정 사고'를 심어주려 노력하는 책은 저자 자신도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또는 짧은 시간 동안의 성취가 전부임에도 과대포장하여 사람들을 자극한다. 자기도 이루었고, 위대한 사람들은 다 이루었는데 왜 당신만 못하느냐고 '압박'한다. 평생 감정과 욕망에 휘둘리며 자신을 소모시키는 그런 방법만을 강요하는 책들은 도저히 끝까지 읽어낼 인내심이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거나 분량이 너무 많은 책을 끝까지 읽었을 때의 성취감은 대단하다. 혹시 마라톤과 비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지루하고 읽기 가혹한 책을 마지막 장까지 읽은 나 자신이 너무도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렇게 읽은 책은 귀중한 자산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다 아는 책이지만 남들이 잘 읽지 않는 '고전'은 이론이나 사상의 '근본'이거나 '원류'인 경우가 많아 읽어놓으면 언제든 읽은 효과를 발휘한다. 아무리 훌륭한 책도 읽는 중에 저자의 저술 의도를 의심하도록 만드는 책도 많다. 굳이 왜 이렇게 썼을까, 하는 질문식 사고의 확장이 이어지기도 하고, 의심스러운 문장 때문에 반복해서 읽느라 문장의 의미를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잡는다.
억지로 읽는 습관은 독서 습관을 들이려고 마음을 다잡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한 방법은 아니며 섣불리 권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모든 책을 그렇게 자기 입맛대로 읽을 수는 없다는 점과 함께, 자칫하다가는 좋은 독서 습관을 들이기는커녕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기 어려워지거나, 조금만 어렵거나 지루해도 중간에 포기하는 습관이 들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독서 방법론적으로 보아도 정해진 규칙은 그저 규칙일 따름이다. 결국은 규칙을 버려야 하는, 규칙을 뛰어넘는 자신만의 방법이나 루틴을 찾는 게 가장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억지로 읽지 않으려면 일단 읽을 책을 잘 골라야 한다. 고전부터 추천 도서나 권장도서 목록은 물론 현시대의 베스트셀러까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전은 번역자와 출판사마다 제각각이니, 원전 번역인지 중역인지 편역인지도 점검하면서 자신의 독해 수준과 글밥 분량을 함께 검토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책은 자신에게도 좋을 확률이 높지만, 자기 계발서 유의 책들은 조금 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고, 자신이 읽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독해 수준인지 가장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아무리 읽을 책 선택 과정에서 최선을 다한다 해도 오류는 방생한다. 그럴 때 어떻게 처신할지, 어떤 균형을 잡을지는 개인의 문제다. 세상에는 수많은 길이 존재하지만 그 길이 나의 길은 아니다. 나는 내 길을 개척해서 걷는다. 독서 과정이나 방법론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의 길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