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나만의 서재

<어느 날 책을 선택했다 2>

by 나승철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멋진 서재를 원하며, 대개는 그런 서재를 가지고 있다. 거실이나 방 하나에 죽 늘어선 책장에 가득 찬 책들을 바라보면 책 한 권 한 권에서 뿜어져 나오는 묘한 열기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 삶의 의지에 붙들린 지적 허영심은 책의 존재 자체가 선사하는 고귀한 선물이다.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마르크 로제, 문학동네)에 나오는 책방 할아버지(피키에)는 요양원의 자기 방에 3천여 권의 책을 벽마다 쌓아놓고 지내다가 마지막 숨을 거둔다. 모든 책벌레들의 로망일지 모르는 서재, 그런 서재를 나는 책벌레임에도 불구하고 가지고 있지 않다.

오래전부터 모아놓은 책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집안이 좁아 불어나는 책의 부피를 감당할 수 없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지인들에게 물어 필요한 책이 있으면 나누어주고 나머지는 폐지를 줍는 할머니에게 선물했다. 도서관에도 없거나 특별한 필요가 있을 때만 책을 샀다. 책은 물론 책장도 버리니 마음은 더욱 허전했다.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출판 시장에는 참 미안한 일이지만 공공 도서관을 맹렬하게 이용하면서 책을 거의 사지 않는다. 꾸준하게 올리는 블로그의 서평 때문에 많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하면서 서평을 부탁하는데, 그중에서 꼭 읽고 싶은 책만 골라 출판사의 제안에 응한다. 그렇게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은 1년에 약 70~80권 정도다. 읽고 난 책은 지인들에게 강제로(?) 나눠주었다. 이제는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도 받지 않는다. 책을 선택해서 받을 때와 읽고 난 후의 책에 대한 평가가 달라, 악평을 써야 할 때가 많아 중단했다. 책을 공짜로 받고 솔직한 서평을 쓰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읽은 책을 보관하지 않는 탓에 불편한 점도 없지는 않다. 읽은 책 중에서 다시 보고 싶거나 뭔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공공 도서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읽을 책을 충분히 살 정도로, 또는 집안에 서재를 갖출 정도의 생활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서재를 꾸밀 생각이다.

수, 일 연재
이전 05화35. 책과 함께 눈을 뜨고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