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책을 선택했다 2>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 읽다 만 책이 떠오른다. 어제 한 권을 끝내고 오늘 새로 읽기 시작하는 책을 떠올릴 때도 있다. 잠을 잘 때에는 오늘 이만큼 읽었으니 내일 읽을 내용을 기대하면서, 혹은 내일부터 새롭게 읽게 될 책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자리에 눕는다. 가끔은 꿈속에서도 책을 읽거나 책 내용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걸 지켜본다. 내 삶이 온통 책으로 가득하다. 그만큼 풍성한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다. 그래도 참고 버텨본다.
책 읽는 일이 일상이 된 이후에의 나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모든 시간의 중심은 책 읽기이고 책에 관한 생각들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할 때에도 책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거침없이 빠져든다. 지금 시대에 책을 많이 읽는 장년의 남자라니, '괴짜'로 불리는 건 예사이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상대가 대부분이다. 막역한 친구들은 '재수 없다'라고 비아냥대면서도 약간의 부러움을 표하기도 한다. 해롭지 않은 뭔가에 깊이 빠져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운 모양이다.
비록 돈은 잘 벌지 못하지만 책 읽는 게 직업이기도 하고 낙이기도 하다. 여행이나 등산을 하거나 친한 사람을 만나 수다를 떠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지만, 독서만큼 지속적이며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무한한 기쁨을 주는 건 없다. 좋은 책이,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아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읽을 책이 영원히 차고 넘친다는 사실은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은 '권태'가 없다는 사실 아닐까? 이 세상에 권태 없는 일이 독서 말고 또 있는지 모르겠다.
독서 강연과 상담을 할 때 사람들에게 나의 독서 생활을 소개하면 대부분은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먹고사는 일의 중심에 책이 존재하면 그럴 수 있다. 권태가 없으니 책은 너무나 완벽한 반려인이다. 활자를 보면 나만의 온갖 상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야, 오늘은 이만큼 읽었으니 성공했네."
"내일은 요것마저 읽고 다음 책 읽어야지!"
"아, 잘 잤다. 어서 오늘 읽을 책 봐야지. 어떤 내용이 펼쳐질까?"
"이번 책의 서평 쓰기는 분량이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
"서평까지 완벽하게!"
마음속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나도 모르게 위와 같은 말이 나올 때가 있다. 책을 읽고 난 뒤의 뿌듯함과 성취감, 새롭게 읽을 책에 대한 기대감, 다 읽은 후 서평 쓰기의 부담과 고단함, 서평에 달리는 '좋아요'에 대한 감사함, 더 많이 읽지 못함의 아쉬움, 독서광임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글쓰기에 대한 아쉬움, 내일은 오늘과 다른 새로운 변화가 찾아올 거라는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