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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 Mar 12. 2024

별안간 산골마을

모두가 도시로 갈 때 나는 시골로 간다

여행지에 도착하니 눈이 내리고 있었고, 내 한 손에는 캐리어가, 나머지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있었다. 주말농장을 하자고 제안했던 n의 친구인 o의 전화가 울렸다. 그즈음 일을 쉬고 있었던 나와 퇴사 예정인 o는 몇 달간 정착하기 위한 지역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탐방하고 다녔는데, 이야기를 나눴던 어른 중 한 분에게 연락이 왔다는 소식이었다.


어디를 가든 우리는 '철없는 애들'이거나 '특이한 애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연락이 오는 건 생각지 못했다. 어안이 벙벙할 새도 없이 그 이후로는 이상하리만치 모든 일이 너무 쉽고 순탄하게 진행됐다. 순식간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지역이 정해졌고, 살 집이 정해졌고, 입주일이 정해졌다. 눈을 감았다 뜨면 상황이 계속 바뀌어있어서 가끔은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렸다.


마을은 지역과 지역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 1차선 도로를 달리다 보면 뜬금없이 커다란 마을 표지판이 보이고, 그 옆에 화덕이 보이고, 그 옆에 큰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가자마자 백숙과 갓 나온 빵을 대접받아 강렬한 첫인상으로 남아있던 마을은 o에게 연락을 준 d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했다. d는 열댓 개의 집을 손수 지었고, 그중 한집에서 살고 있었다. d는 아직도 우리를 신기해하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d 또한 신기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d는 사회의 편견이나 시선으로 사람을 규정짓지 않았고,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d가 오랜 시간 마을의 가치에 대해 고민한 만큼 마을에는 그 흔적이 남아있다. 그 흔적 중 하나인 비어있던 집을 계약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거의 이틀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원래 당연한 일은 물 흐르듯 간단하게 진행되는 건가? 최종 계약까지 마친 우리는 2023년 초부터 한집에서 살게 되었다.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묶인, 지인보다는 가깝고 가족보다는 먼 사이. 환경도, 관계도, 지금까지 알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질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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