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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Jan 17. 2023

[여행] 2월의 러시아 여행, 15화

굿바이, 모스크바

 안녕하세요, 도영입니다. 민족의 대명절 설을 앞두고 있습니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지낸 지 올해로 11년째가 되는 저로서는 자주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만큼 참으로 감사한 날이기도 합니다. 그리운 부모님과 고향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지금의 나이가 무색해지듯 꼭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여 기분이 좋습니다. 동시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부모님과 친구들의 얼굴을 마주하노라면 문득 슬픈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슬픔보다는 기쁨이 더 많은 그런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리 인사하겠습니다. 설 잘 쇠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굿바이, 모스크바>


 오늘은 2019년 2월 17일 일요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내일을 제외하면 러시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어젯밤, 친구들과의 파티 자리에서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날에는 뭘 하면 좋을지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쳤다. 발레 공연 관람, 쇼핑, 박물관, 다양한 관광지들을 방문한 우리로서는 뾰족한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문득 지난번 모스크바 여행 때 방문했던 레스토랑이 생각났다. 모스크바 시티의 'RUSKI'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이었는데, 83층이라는 매우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저녁시간에 방문할 시 모스크바의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좋은 곳이었다. 높이로는 약 354m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는 거기서 모스크바의 마지막을 장식하기로 했다. (레스토랑 홈페이지는 지금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https://ruski354.ru/)

 하지만 눈을 떴을 때 어젯밤의 고민들이 소용이 없게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홈파티의 여파로 커다란 숙취의 파도가 온몸을 덮쳐온 것이다. 이른 오후시간까지 숙소에서 허우적대던 우리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었다. 오늘 저녁 약속 전에 어디를 가볼까. 친구들과의 레스토랑 약속은 오후 7시 정도로 잡았다. 디마가 주말 출근을 했었기에 퇴근 후에 여유롭게 도착할 수 있도록 조금 늦게 예약을 해놓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스크바 시티로 가기 전, 그 근처에 있는 명소 중 하나인 '참새언덕'에 가보기로 했다. 거리를 확인해 보니 숙소에서 약 19km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대중교통이나 지하철을 이용해서 갈 수도 있었지만 몸이 성치 못한 우리는 택시를 이용해서 이동하기로 했다.

 말 그대로 언덕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알 수는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야경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 장소가 있어 우리도 슬그머니 합세하여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참새 언덕은 그냥 사진만 찍는 언덕이 아니라 주변의 풍경들을 구경하며 산책을 즐기는 명소로 알려져 있었는데, 피부를 찌르는 듯한 칼바람이 부는 날씨인지라 모두들 산책은 포기한 듯 보였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을 때는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장소로 설명이 되어있었는데 직접 방문해 보니 러시아인 친구 및 커플들이 많았다. 

 느긋하게 즐길 생각으로 완전 무장을 해서 출발하였으나 계획과 현실은 엄연히 달랐다. 30분도 안되어 언덕 위에서 느껴지는 강추위를 이기지 못한 우리는 모스크바 시티로 이동하기로 했다. 

#낮에 찍은 모스크바 시티 전경

 택시로 10분 정도를 달리자 금방 모스크바 시티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었는데 새롭게 개발된 신도시 지역답게 지금까지 봐왔던 러시아 건물들에 비해 높은 건물들이 보였다. 게다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밝게 켜진 사무실들의 불빛이 모스크바 시티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해주고 있었다.

 루스키 레스토랑은 이렇듯 높은 건물들 중 하나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입구로 다가가자 직원분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셨다. 당시에는 직원분이 안내해 주셔서 금방 올라갈 수 있었는데 뭔가 입구가 복잡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잠깐의 멀미 끝에 우리는 레스토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본 모스크바 시티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비록 도시의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느낀 것이 유럽에 가까운 것이었다면, 모스크바 시티는 서울 혹은 뉴욕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레스토랑 내부는 무척 넓었으며 즐거워하는 사람들로 인해 만들어진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막 레스토랑에 도착한 우리들의 기분마저 좋게 하였다.

 분위기에 맞게 음식 맛 또한 최고였다. 러시아에 온 이후 다양한 장소에서 식사를 했지만 음식이 가장 맛있었던 곳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루스키 레스토랑을 선택할 것이다.

 메뉴는 너무 다양하여 전부를 촬영하진 못했는데, 러시아 친구들에게 콕 콕 찍어 설명을 들어가며 보르쉬를 포함한 이런저런 음식들을 주문하여 먹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첫 번째 메뉴판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수탉 모양의 사탕(루스키가 수탉이라는 의미라고 한다)을 함께 주는 것인데 후식으로는 안성맞춤이다. 다만 조심해서 먹지 않으면 입 안을 다칠 수도 있으니 주의해서 먹도록 해야겠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자리에 남은 채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각자가 지내온 이야기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계획들까지, 참으로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그날의 우리는 이번 여행이 끝나면 다시 러시아로 돌아오기 힘든 것을 느꼈던 것일까, 괜히 아쉬운 마음에 다소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헤어지기 아쉬워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붉은 광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미성년자였던 안나는 아쉽게도 집으로 돌아갔지만 디마와 우리는 안나와 2019년 2월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고한 뒤 붉은 광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오후 10시가 가까워진 시간, 붉은 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늦게 도착한 탓인지 혹은 그날따라 유독 추웠던 날씨로 인해 사람들이 일찍 집에 돌아간 것인지, 보통 밤늦게도 북적거리던 붉은 광장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광장을 중심으로 크게 한 바퀴 빙 돌며 우리는 당분간은 못 볼지도 모르는 이곳을 천천히 눈에 담았다.

 사람들이 적었던 원인은 아마 추운 날씨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한 바퀴 정도를 돌았을 뿐인데 온몸이 얼어붙어버리는 바람에 우리는 다가올 월요일을 준비할 겸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광장에 머무는 것을 마지막으로 디마와 우리는 큰 아쉬움을 끝으로 2019년 2월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11월부터 작성하기 시작한 2월의 러시아 여행기도 어느덧 한 화 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출발하여 한국으로 돌아가는 내용뿐인지라 아무래도 긴 이야기는 되지 않을 듯합니다. 마지막까지 잘 부탁한다는 말씀드리며, 다음 포스팅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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