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속에서 피어나는 소중한 것들
림프암 3기를 판정받은 후 비로소 왜 우측 어깨뼈 내부가 가득 종양으로 차오르고 그 외 쇄골, 날개뼈, 좌측 어깨뼈 등등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됐다.
오른손잡이인 나는 특히 심한 우측 어깨 병변으로 스스로 거의 움직이질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 나의 오른손은 거의 부모님의 양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실에서 무언갈 짚거나 치울 때 어김없이 부모님의 양손이 내 오른손이 된다. 물론 왼손으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른손을 못 쓰게 되고 나니 왼손이 알게 모르게 할 일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그렇다. 나는 늘 갖고 있고 달려 있고 마음대로 하기에 당연하다는 마음이 팽배했다. 그리고 신체 하나의 부재가 이토록 큰 걸림돌이라는 것 또한 망각한 채 살고 있었다. 가족들의 내리사랑은 당연한 거고 굳이 표현을 하지 않아도 서로 알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그간 살면서 말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최근 두 입술 사이로는 연신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OO야 뭐 해 오빠가 아픈데 언제 와 보고 싶어"라고 새어 나오고 있다.
내 몸조차도 스스로 자유의지를 갖고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족들의 도움은 사랑 그 이상이라는 걸 느꼈다. 소속이다. 나의 삶의 원천이다. 내 전부다.
잠시 집으로 내 짐을 가지러 병실을 나서다 다시 한번 돌아서서 누워 있는 나를 바라보시는 엄마의 촉촉한 눈가의 시선.
열몇 시간을 화재진압을 하고 와서 피로함이 그득그득 쌓인 채로 내 몸에 이상이 없는지 끊임없이 살펴보시고 지켜보시는 아버지의 충혈된 눈가의 시선.
말과 몸은 쿨하지만 마약성 진통제에라도 진정이 된 나를 보며 안도하는 동생의 시선.
이 모든 가족의 사랑과 관심은 아프기 전에도
같은 느낌
같은 무게
같은 의도로
내게 닿았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제야 알았다.
그토록 절망하고 좌절을 하게 했던 암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