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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비지 Oct 14. 2024

#5 림프암 투병기

본격적인 항암을 앞두며 드는 느낌

솔직히 암 판정을 받고 나선 만사가 귀찮고 의미가 없어지고 무기력했다. 솔직히 당연하지 않은가.. 감기는 아픈 질병이긴 하나 약을 먹고 좀 쉬면 괜찮아지는데 암은 약을 그것도 아주 독해서 크고 작은 부작용이 많은 약을 투약해도 확실하게 보장이 되지 않으니 두려운 거 같다.


그렇게 집에서 진료날을 기다리고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위해 입원을 하던 도중 인스타그램에서 내놓은 스레드라는 앱을 깔아서 해보았다. 스레드도 똑같이 사진과 글을 올리며 일상이나 한 순간을 공유하는 기능으로 인스타와 별 다른 차이점이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훨씬 많이 글로써 풀어내는 사람들이 많아 글에 친숙한 나는 인스타는 몰라도 스레드는 끌렸다.


가입을 하니 주르륵 저마다의 이야기를 올린 글들이 촤르르륵 스크롤되면서 내려갔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 딱 스크롤을 정지시킨 후 글을 봤는데 간호사 분이 올리신 글이었다. 그 이야기는 병원에서 만난 환자 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나와 같은 혈액암에 속한 분이셨던 것이다 그것도 림프종.


그 환자 분과 간호사 분은 정말 위급한 상태로 환자와 의료진의 관계로 응급실에서 만나 스몰 토크를 하며 알게 된 이런저런 일화를 적은 글이었는데 너무나 친절하게 공감하며 환자 입장에서는 안심이 되고 존중을 할 줄 아는 간호사 분이신 거 같아 팔로우를 하고 천천히 다시 글을 읽어 내려갔다. 이윽고 글을 다 읽고 댓글을 보는데 아니 글쎄 환자 분이 브런치라는 앱에서 투병기를 투고를 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분이 바로 아스토리아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고 계신 브런치 작가님이시다. 브런치를 애용하며 구독하고 있는 나로서는 너무나 반가웠고 또 신기했다.


바로 브런치에 들어가 아스토리아라고 검색하고 찾아봤는데 정말 투고를 하고 계셨다. 그날 순식간에 모든 글을 정주행 했다.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첫 번째로 나도 투병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무기력했지만 이렇게 지나가는 내 삶이 비루하고 의미 없이 퇴색되어 가는 게 너무나 슬펐다. 그래서 자랑도 아니고 영웅담도 아닌 나만의 투병기,  암과의 전쟁에서 내세울 출사표 같은 글을 쓰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글을 읽으며 나는 너무나 많은 위로를 받고 정보를 얻었으며 마음가짐이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변하게 됐다. 그런 선순환을 나도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었고 같이 함께 느끼며 이겨내고 싶었다.

투병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최근에 느끼는 감정들을 고대로 느끼시는 것도 신기했다. 어쩌면 우린 다른 병원에서 다른 치료를 받고 있어도 같은 목표를 가진 채 지금 일어나고 있는 고단한 인생을 마주하며 앞으로 힘겹게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한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았을 땐 잘 모른다. 그건 당연하다. 그저 다른 이들의 말들을 통해 어렴풋이 알거나 예측을 할 뿐 정말 내 피부와 마음으로는 와닿지가 않는다. 암 판정을 받고 아스토리아님의 글을 읽으며 이런저런 암에 대한 정보와 완치 환자 분들의 수기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진짜 정말 많은 수의 암환자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벌써 나부터 해도 친할머니께서 유방암에 걸리셨었고 어머니의 지인 분들이나 아버지 지인 분들만 해도 암환자 소식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절대로 내 이야기가 되리라 상상조차도 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우린 늘 잊고 산다. 무얼 잊고 살까? 바로 삶이다. 살아 숨 쉬는 행위다. 나는 살아 숨 쉰다는 원초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을 이토록 갈망하게 될 줄은 몰랐다. 돌이켜보면 우린 행운과 허락 속에서 매 순간 피어나는 아름다운 삶들을 살고 있었다. 살아 숨 쉬는 게 당연하다 생각이 드는 순간 세상 모든 것이 문제로 보이고 답답해진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흔적들인 것이다.


내가 살아 있기에 문제가 직면해 온 거고 우린 그걸 느끼며 살아가고 그 문제의 답답함을 해결했을 땐 시원함을 얻는 것이다. 한 순간에 평화가 찾아오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현실을 인정하는 거엔 조바심을 내지 말라는 뜻도 있다. 조금씩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하며 혹은 하고 있는 것들을 일부로 의식을 갖고 아직 살아 숨 쉬고 있구나라고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 의식을 갖고 늘 깨어 있으려 한다는 것은 우리가 숨을 쉬는 것에 대한 예의다. 머지않아 평온 속에서 어떤 시련도 인정하고 이겨내어 보다 더 단단하게 서 있는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지금이 한없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암에 걸려 불행한 게 아닌 암에 걸려 내가 얻을 수 있게 된 것, 잊어버려 평생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게 된 것들을 되찾게 된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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