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는 9할이 기다림
오늘 15일 화요일부터 항암이 시작된다. 근데 문제가 터졌다. 케모포트라는 걸 심고 하기로 한 것인데 케모포트 삽입 시술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케모포트란?
팔뚝의 혈관들은 얇아서 자주 찌르면 터질 위험이 있기에 독한 항암제가 새면 위험해서 쇄골 쪽에 큰 정맥이 있는 곳으로 직접 카데터라는 기기를 연결하여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암 환우 분들이라면 케모포트 삽입을 염두하셨으면 좋겠다. 채혈과 각종 수액 및 스테로이드나 약물들을 기존 삽입 된 카데터로 넣기만 하면 되니 계속 팔뚝 핏줄을 찌르지 않아도 된다.)
다들 한 번씩 이런 경험 있을 것이다.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는 것보다 그걸 기다리면서 줄 서고 있을 때 느끼는 꺼림칙한 설렘.. 지금 딱 그 느낌이다.
전신마취가 아니라 의식 다 살아 있는 상태서 피부를 가르고 500원짜리만 한 케모포트를 심는 건데 피부를 가르는 건데 어찌 무섭지 않을 수 있을까.
이왕이면 100원 짜리면 낫지 않을까 했는데 거기서 거기일 거 같아 그 생각은 일찌감치 그만뒀다.
어차피 크기를 바꿀 수도 없고..
케모포트 시술뿐만이 아니라 모든 검사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늘 '내 수치들이 다 정상일까? 아니면 크게 문제가 생겨 의료진들이 회의를 하고 있을까?' 하며 전전긍긍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아직까진 큰 비정상적인 수치 결과를 들은 적이 없기에 걱정이 무뎌져 가고는 있지만 기다림은 늘 언제나 다시 이루어지기에 답답함은 쌓여만 간다.
돌이켜보니 사회에서 안 아플 때의 문제들은 정말 내가 움직이거나 생각을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었던 거 같다. 지금은 늘 불안함을 느끼며 예방이 최선이라 달리 할 수 있는 건 없고 오로지 기다리며 반격할 상태를 만들어 놓아야 하는 거 같다.
암 환자는 바로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한다. 치료를 빨리 받고 몸이 원상태로 회복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항암의 부작용이 아예 없으면서 적절히 순차적으로 치료가 진행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내일을 생각하기보다 지금 기다리며 할 수 있는 현재를 정의 내리며 삶을 열어가는 것이 내가 지금 살아나가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이라 생각한다.
나는 참 암 덕분에 많은 걸 배우고 있다. 처음 존재를 알았을 땐 정말 꼴도 보기 싫은 원수 덩어리였는데 지금은 마냥 그렇진 않다.
하지만 없어지긴 했으면 좋겠다 우리 아주 조금만 같이 있자.. 오늘 무사히 삽입 시술 하고 대망의 첫 항암을 시작한다. 과연 나는 항암제가 잘 맞을까 아니면 부작용이 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