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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비지 Nov 02. 2024

그 흔한 집으로 가는 길

1차 항암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나타난 부작용으로는

손•발 저림과 극심한 위장운동 장애와 변비와 두통이 있었고 그 덕에 아주 살이 쭉쭉 빠졌다.

물체를 잡을 때마다 저릿하긴 했지만 1차 항암이 끝난 지 거의 2주가 된 지금은 위장 장애와 변비 증세가

차츰 나아져서 정말 살 거 같다.


무엇보다 아파도 의외로 식욕은 있는 상태였는데 먹기만 해도 구토가 올라오고 머리가 지끈 거려서 너무 힘들었다..

근데 소화가 차츰 되고 변비도 나아지니 머리도 맑아지고 회복 주에 접어들면서 지금은 거의 나아진 상태다.


컨디션이 원래대로 거의 돌아온 시점이라 7키로나

빠진 살을 부지런히 채워야 한다.

암 환자들이 체중에 민감한 이유는 살이 어느 정도 있어야 버틸 힘이 있어서다. 무엇보다 살이 없어 기력이 쇠해지면 호중구 수치(우리 몸엔 병균을 잡아먹는 세포인 백혈구가 있는데 이 백혈구 종류 중의 하나가

호중구다)가 낮아지면 항암조차도 못 하게 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래서 많은 암 환자 분들이

회복 주에 최대한 먹어서 살을 찌워 기력을 회복하려는 이유다.


원래는 선생님이 퇴원은 없을 거라며 12월에 예정된

3차까지는 병원에서 있어야 된다며 못 박아두었는데

생각보다 회복이 잘 됐고 컨디션도 좋아 보여서 통원 치료 허가가 떨어졌다. 대신 이번 주말까지 이 상태를 유지하는 조건이다.


통원 허가가 떨어지는 순간 정말 눈물이 흐를 뻔했다.

응급실에서 죽다 살아난 순간과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 속에서 매일 밤 숨죽여 울며 각오를 다지던

순간과 가족들이 나를 애타며 바라보는 그 순간들까지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이 파랗다.

공기도 새로웠다. 처음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생각했던 통증만이라도 잡혔으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 가서 평범한 일상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다. 솔직히 욕심이 난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그 일상을 빨리 거머쥐고 싶다..

이런 욕심 속에서도 다행히 감사함도 커졌다.

다시 잘 먹을 수 있음과 숨을 계속 쉴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내 삶에게 무한히 감사하다.


그러니 일희일비하지 말고

관리를 잘해서 집에 가야겠다.


그 흔한 집에 가던 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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