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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님 Feb 06. 2024

스타트업 절망편

그냥 유니콘을 잡아오겠습니다. 


처음으로 회사에서 울었다. 내 상황이 너무 답답했다. 


때는 23년 10월로 거슬러올라간다.



# 10월

신규 서비스 런칭을 위한 기획안을 받았다. 160페이지가 넘는 기획안이었다. 

프론트 개발 일정을 산출했더니 120일 가량이 나왔다. 

QA기간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120일 보다 더 긴 공수가 들었다. 


여유롭게 6개월을 전달하였으나 대표님은 2월말에 서비스를 런칭하고 싶다고 말했다.

좀 더 빠른 개발을 위해 재택근무가 사라졌다.



# 11월 

하지만, 10월에 최종 기획안이라고 받았던 기획은 11월 말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고,

서비스에 필요한 AI 모델은 여전히 개발, 학습 중이었다. 

기획안이 픽스되지 않아, 디자인을 진행할 수 없었고 기획팀과 AI팀의 폭탄돌리기가 시작되었다.


일정이 점점 미뤄짐에 따라 내가 가용할 수 있는 기간도 줄었다. 

2월까지 개발을 끝내기가 현실적으로 힘들어질 것 같자 

팀장님이 새로운 인원을 충원해준다고 했다. 



#12월

12월이 되어서야 나는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경력자를 원했으나 아무튼 나와 일을 나눌 신입 개발자가 들어왔다. 


물론 여전히, 대표님의 요구사항은 추가되고 AI 엔진에는 문제가 있었으며, 

서비스를 위한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도 UI는 변경되지 않을거라는 확답을 받은 후 

12월 말까지 목업 데이터와 기본적인 인터렉션을 구현했다. 


힘들긴해도 내가 조금만 힘낸다면 2월 말까지 못할 일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1월

1월이 되자 많은 것이 변했다. 우선 개발 중인 프로젝트가 홀딩되었다. 


다른 프로젝트를 우선 개발해달라고하여 급하게 다른 신규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문제는 시즌을 타는 프로젝트라 데드라인이 1월 31일까지로 결정되어 있었고, 

내가 기획안을 전달받은 날짜가 1월8일이었다.


워킹데이로 18일밖에 시간이 없었다. 

개발할 사람은 난데 왜 나 빼고 결정된건지는 모르겠다. 


1월26일, 예상보다 일찍 개발을 끝내 QA를 요청드렸다. 

하지만 정말 절망적이게도 간발의 차이로 어드민 페이지도 만들어 달라는 신규 요청사항이 생겼다.


그치만 데드라인은 여전히 1월 31일이었다.

QA를 포기하고 개발 일정을 맞춰 전달 드렸다. 



# 2월

이제야 한숨 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2월의 첫 회의날, 그동안 홀딩했던 프로젝트를 재개하라는 말을 들었다. 


데드라인은 2월 말.

설날을 제외한다면 내게 할당된 시간은 13일...?


여기서 바로 어제, 나의 맨탈이 무너졌다. 


내가 원하지 않았던  신입, 비현실적인 개발일정,
내가 할 수 있는건 없었다. 



가장 엔드포인트에 있는 내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것 같았다.

API도 개발이 끝나지 않았는데 내가 무슨 수로 개발을 할 수 있겠는가,

기획이 수정 중인데 내가 무엇을 더 미리 개발할 수 있을까?

기획도, 데이터도, API도, 심지어 디자인도 그 어느것 하나 확정된게 없는데 

나보고 무엇을 어떻게 더 하라는건지 모르겠다.



근데 13일 남긴 했고...



울고 있으면서도 우는 시간 조차 사치였다. 




#하소연


10월부터 1월까지 넋놓고 기다린 것도 아니다. 

API도 없지만 기존 데이터를 참고해서 상상코딩을 했고 

디자인은 안나왔지만 기획안을 보고 기본 구조도 만들었다. 


하다못해 소셜 API라도 먼저 사용하기 위해 서비스 명과 로고를 전달해달라고 

매주 요청했지만 급하다는 말과 달리 미정이라고만 했다. 


심지어 서비스명과 로고는 1월 중순 쯤 결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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