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 주의
한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면 전문가가 연예인들을 모아놓고 집단 최면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최면 전문가가 반복해서 최면을 걸자 앉아 있던 연예인들이 최면의 내용에 따라 춤을 추는가 하면 한 어리고 예쁜 아이돌은 아버지 뻘되는 중년 남성에게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마늘을 초콜릿처럼 먹기도 한다. 예능 프로를 진행하던 MC와 정신과의사는 사람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에 폭소를 하거나 놀라워하기도 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분도 최면에 빠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본다면 그 MC와 비슷한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저러한 행동이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오늘날 우리도 매일 누군가 만들어 놓은 최면에 빠져 살아가고, 혹은 누군가를 최면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현상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당장 마트로 달려가보면 된다. 마트에 가면 50% 세일, 한정 판매와 같은 갖가지 마케팅 문구들을 볼 수 있다. "지금이 구매 적기"라는 최면 암시로 소비자의 지갑을 "지금"열게 한다. 화장품 코너로 가면 잡티하나 없는 예쁜 배우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잠재 구매자에게 "당신도 이 화장품을 쓰면 예뻐질 수 있다"는 최면 암시를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마트를 둘러보다가 이러한 홍보문구나 이미지에 끌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고 후회한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나는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최면은 무해하다고 본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최면적인 마케팅은 주고받음을 기본 전제로 발생되기 때문이다. 제품을 판매하는 자는 원가에 이익을 남기고 판매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지불한 가격대비 더 많은 효용을 기대하며 물건을 구매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벌어지고 있는 인류 최악의 집단 최면도 있다.
그것은 음주다. 알코올 즉 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물질이다. 술은 몸속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발암성 화합물로 변환된다. 이 물질은 DNA와 단백질에 손상을 주어 암을 촉진한다. 특히, 술은 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미쳐 유방암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혹자는 술 한잔 정도는 괜찮다고도 말한다. 적당한 음주는 약이라며 약주라는 말을 붙이면서 말이다. 결론적으로 '안전한' 음주량은 존재하지 않는다. 먹는 양에 비례하여 암의 발생가능성이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술에 대한 통상적인 최면을 내려두고 과학적인 이고 본질적인 측면을 바라보자. 술은 발암물질이고 쓰다. 즉, 사실 인간이 먹기에 적합한 액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음식물 쓰레기 봉지 밑바닥에 고여 악취 나는 액체나 소주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먹으면 몸이 상하고 그 자체로 맛이 좋은 것도 아니라는 유사점도 있다.
그런데 누군가는 술을 잘 먹는 것이 무슨 대단한 능력인 양 으스대기도 한다. 조직에서 어떤 리더들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술을 먹이며 단합을 꾀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사실은 조직원들에게 발암성 화학물질을 권하며 책임지지 못할 행동을 쌓아가고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진정한 리더라면 발암성 화학물질이 아니라 공감과 비전제시로 구성원들을 건강하게 최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내재적인 리더십이 부족할수록 집단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하수적 최면방법에 의존한다.
위에서 나는 최면에 걸린 사람이 생마늘을 초콜릿처럼 먹기도 한다고 했다. 방송에서는 생마늘을 맛있게 씹어먹는 사람을 보며 비웃거나 놀려댔다. 하지만 마늘에 함유된 알리신이라는 강력한 항산화물질은 우리의 심혈관 건강을 지원하고,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집단최면에 빠져 사랑하는 가족들의 눈물보다 쓴 소주를 마셔대는 것보다는 차라리 마늘을 초콜릿처럼 씹어 먹는 편이 더 낫다. 적어도 암이 예방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선택이다. 음주라는 집단최면 상태에 빠져있는 편이 만족스럽다면 좋다. 그러나 적어도 남에게 강요하거나 권하지는 말아야 한다. 최면에서 깨어난 이에게는 음식물 쓰레기 국물처럼 피하고 싶은 것이 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