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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ㅈㅑㅇ Aug 02. 2024

뺑 오 쇼콜라

아이와 나 사이 겹겹이 쌓이는 카르마


여행 와서까지 핸드폰 붙잡고 있어야겠니. 그럴 거면 집에 있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속초까지 온 거니. 시간과 기름이 아깝다. 터미널에 내려줄 테니 집으로 가는 게 어때.


포키와 마인크래프트 유튜브에 빠져있는 너에게 결국 또 실망과 불편의 표현을 내뿜었다. 결국 너만 방에 두고 또 나왔다. 화가 나서 네 옆을 떠났다가 돌아와서 화해하고 너도 후회하고 다시 할 일부터 해보겠다 다짐하겠지. 반복이다.


사실 아이는 오늘 다른 몫을 잘 해냈다. 아빠가 없는 휴가길에서 짐꾼 노릇을 톡톡히 했고, 자기가 입었던 수영복뿐 아니라 동생 수영복까지 빨았다. 과거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훌쩍 커버린 키만큼이나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 이후 핸드폰을 손에 잡고 나자, 아이는 그 세계로 들어가 버렸고. 지난해에만 해도 가보고 싶다던 대관람차, 속초아이도 이제 안 가고 싶다며 핸드폰을 붙잡는 모습에 화가 났던 것 같다. 겹겹이 쌓이는 카르마.


덕분에 매주 카페로 피신 와서 글쓰기 수양을 한다. 그래 네 덕이라고 치자. 일단 나오면 마음이 조금 넓어진다. 아메리카노 맛있구나. 엊그제 먹었던 빵이 떠올랐다. 잘 어울릴 텐데.


빵 이름은 Pain au chocolate 뺑 오 쇼콜라. 충전용 버터와 빵반죽이 층층이 쌓여있다. 실망, 화냄, 그래도 인정, 다독임이 쌓여가듯 겹겹이 층을 이룬다.


부스러기 엄청나게 떨어지는 빵이다. 이 부스러기는 손가락으로 누르면 분열한다. 어설프게 치우면 안 되고, 쓸어 담거나 닦아내야 한다.


지루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반복 저 깊숙한 곳에 그것이 꼭 있기를 바란다. 뺑 오 쇼콜라의 진하고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심지가 있기를. 네 인생에, 내

인생에, 우리 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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