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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Dec 16. 2024

결혼. 육아의 마침표

부모님의 손을 떠난다는 것

결혼식에서 신부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합니다. 그리고 버진로드 중간쯤까지 마중 나온 신랑이 신부의 손을 건네받아 함께 남은 버진로드를 걸어가죠.

이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닙니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이제 하나의 독립적인 사람으로서 가족을 꾸린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이혼 사례들을 보면, 장서 간의 갈등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고부 갈등은 둘째치더라도 말입니다.


부모님과 우리는 각기 다른 독립적인 두 개의 가정일 뿐입니다. 옆집 부부와 우리 부부 사이가 안 좋다고 해서 이혼하지 않는 것처럼, 양쪽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그러한 갈등은 없을 것입니다. 결혼을 했다면, 우선순위는 나의 가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서로를 위해 결혼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말은 부모님을 더 이상 사랑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자식으로서 해야 할 마땅한 효도는 당연히 하되, 우리 가정에 들어오는 간섭과 참견에는 선을 그어야 합니다. 물론 부모님 입장에서는 처음에 마음이 아프실 수 있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니 괜찮아지실 것이라 믿고 기다려야 합니다. 오히려 그 선을 지키지 못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더 큰 잘못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께 배우자의 흉을 보는 것은 절대 말리고 싶습니다. 폭력, 바람, 도박 같은 치명적인 이혼 사유는 당연히 제외하더라도, 사소한 흉을 보는 것보다는 남편의 좋은 점을 부풀려 자랑하는 것이 백배 낫습니다. 부모님은 자식의 행복을 바라시고, 자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위나 며느리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선택한 사람을 흉보는 것은 스스로를 욕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사실 저희 남편은 장모님께 싹싹하거나 변죽이 좋은 스타일은 아닙니다. 모르긴 몰라도 엄마도 사위에게 마음에 안 드는 구석 한두 개쯤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엄마를 만날 때면 남편의 칭찬을 입이 닳도록 합니다.


"나는 결혼해서 너무 좋아~ 00 이는 어디 가면 꼭 나 생각해서 맛있는 걸 사다 줘."

"요즘 취업도 잘 안된다는데 00 이가 성실하게 회사 잘 다니니까 걱정이 없어~" 


니트족, 어디 회사 부도난 얘기 같은 극단적인 비교군을 끌고 와서는 말도 안 되는 칭찬을 하고 있으면 저도 속으로는 웃음이 나오지만, 어느새 끄덕거리는 엄마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꼭 마지막 말을 덧붙이죠.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엄마 딸도 단점 많아~" 


20년 넘게 저를 키워 온 엄마는 속으로 딸의 단점을 세어보고는 아마 납득했을 겁니다. 이렇게 오며 가며 몇 번 하고 나면 사위를 보는 엄마의 눈빛이 퍽 다정해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지나가는 말로 “나는 네가 야무지게 결혼생활 잘해서 참 안심이 된다”라고 하셨네요.


결혼은 부모님과 나로 이루어졌던 가족에 배우자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우자와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것입니다. 며느리가 딸이 될 수 없듯, 남편도 아들이 될 수 없어요. 그렇기에 효도는 부모님의 말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족 대 가족으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내 행복이 곧 부모님의 행복이리라는 것을 믿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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