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짜 축구엄마

결혼 10년 차 아이 셋 엄마의 축구 도전 이야기

by 끼우

“아줌마가 축구를? 이 나이에 시작한다고? 몸 다쳐.”

친구와의 전화 통화 중에 위로인지 비난인지 모를 말을 들었다.

“우리 축구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 내가 어린 편이야”라며 애써 내 나이를 부정했다. 무언가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인가. 얼마 전 신문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났다. “40대는 인생의 전반전, 우리나라의 중위연령(연령순으로 줄을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있는 사람의 나이) 45.6세.” 나는 늙지 않았다. 나는 아직 어리다. 내 나이 서른여덟.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축구하기 딱 좋은 나인데’ 라며 혼자 중얼거렸다.


https://youtu.be/yhP1tN4hkkI

야야야 내나이가 어때서_오승근 https://youtu.be/yhP1tN4hkkI




학창 시절 나의 축구


나의 중학생 시절, 우리 학교에서 20분 거리 남짓에 축구장이 있었다. 운동장 주변에는 늘 함성소리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때 내가 좋아했던 선수가 있었고, 몇 번은 축구장 앞쪽에서 그의 이름을 외치며 경기를 구경하곤 했다. 월드컵을 알게 됐고, 나 역시 동네 거리 응원전을 친구들과 함께했다. 길거리에서 화면을 보다가 골을 넣는 순간, 모르는 사람을 부둥켜 얼싸안고 좋아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의 월드컵 때도 자율학습시간에 몰래 텔레비전을 틀어놨던 것도 나였다.(나는 텔레비전 담당이었고 음소거로 다행히 들키지 않았다) 학창 시절 우리 집에서 축구를 보노라면 엄마, 나, 여동생의 돌고래 고음으로 가만히 앉아 볼 수 없었고 나는 그 옆에서 알지도 못하는 축구를 아는 척하며 해설을 도맡았다. 나에게 축구란 그렇게 보는 것이었다.



나의 30대는 사라지고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눈 한번 깜빡이니 벌써 결혼 10년 차에 아이 셋을 키우는 전업주부가 되어있었다. 아이들도 제법 커서 예전만큼 엄마의 많은 손길이 필요 없어졌다. 나의 자의식이 엄마가 아닌 나를 찾기 시작했다. 그 무렵 경제 활동을 하고 싶다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여성 축구 해보시지 않을래요?”라며 물어보시는 유소년 축구 감독님의 말에 “저는 못해요”라고 흘려 넘기던 게 세 번째였다.


그때부터 남편의 설득이 시작됐다. “스카우트 제의야. 이건 기회야. 늙어서 축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하고 싶어도 못해. 우리 아내 멋지다.” 칭찬받기를 좋아하는 나는 어김없이 남편의 말에 훅 넘어갔고 그렇게 얼렁뚱땅 아줌마의 축구가 시작됐다.



축구장에 서 있다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가 되면 하늘이 뻥 뚫린 축구장에 서 있게 됐다. 20대 동생도 50대 언니도 축구장 안에서는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다. 오롯이 나로서 설 수 있는 곳, 내 이름을 큰 소리로 불러주는 곳, 축구장이다.


이제 나에게 축구란 하는 것이 되었다. 축구를 눈으로 보며 아는 척하던 ‘나’는 지우고 싶은 과거다. 축구를 몸으로 부딪히면서 즐기고 있는 ‘나’는 잘하고 싶은 현재다. 머리와 몸이 일치하지 않는 모든 순간이 못함의 연속이다. 부끄럽고 부끄럽지만 초짜 아줌마 축구를 시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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