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야
첫째아이는
왕관을 쓰고 태어난다
부모의 두려움과 기대가
금빛 무게도 물려받는다.
둘째 아이는
그림자 골목에서 자란다
사랑의 빈자리를 기웃대며
경쟁과 타협의 말들을 배우며
때로는 잊힌 꽃처럼 고개를 든다.
막내 아이는
가장 가벼운 바람을 탄다
유리잔 속의 꽃처럼
넘치는 손길에 흔들리며
웃음으로 세상을 배운다.
부모도 처음이었다.
첫째의 부모도, 둘째의 부모도,
막내의 부모도 매번 낯선 길을 걷는다.
그래서
우리는 각기 다른 부모를 기억한다
첫째에겐 신전, 둘째에겐 통로,
막내에겐 안식처였던.
결국 사랑을 향해 서툴게 걸어온
그 발자국을 이해해야 한다.
영원히 독점할 사랑은 없으며,
한 때의 빛남과 상실조차
잠시 깜박이는 불꽃이었음을
그저 지나가는 한 계절이었임을
이제는 알겠다
출생 순위에 따라 자녀는 각기 다른 부모를 경험한다 그 주된 이유는 부모가 자녀를 맞이하는 시점의 상황과 부모 자신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의 자녀 양육은 방식과 관심은 단순히 아이의 성격에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겪는 개인적인 성장과 환경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엔 부모는 육아가 처음이라 미숙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조언이나 책 sns 등에 의존하여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하여 과도하게 걱정하거나 지나치게 엄격하게 대하기도 한다 자신들이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긴장상태가 연속되기도 한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나면 이미 육아의 경험이 쌓여 불안감이나 실수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여유롭고 관대한 자세로 아이들을 기를 수 있다
첫아이에게는 부모의 시간과 에너지가 오직 한 아이에게만 집중되지만 둘째가 태어나면 물리적인 시간이나 에너지가 줄어들게 되고 자녀가 많을수록 이 현상을 확실하게 된다 첫째 아이는 부모에게 유일하며 특별한 존재로 자라게 되고 동생이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형이나 누나의 역할을 맡게 된다 이러한 관계는 둘째에게는 매우 불리한 환경으로 태어나면서부터 강력한 경쟁자를 안게 된다 대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는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자리를 굳혀야 하고 부모는 이러한 역학 관계에 맞춰 바람직한 방향으로 잘 조율해야 한다
출생 순위는 자녀들이 성장 과정에서 형성되는 성격과 행동 양식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유전적 요인이 환경적 요인만큼 결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심리학적으로 많은 연구가 있다
첫째 아이The Firstborn는 부모의 모든 관심과 기대를 받으며 부모의 모든 지원을 독차지한 왕의 존재로 성장한다 따라서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책임감이 강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며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부모의 권위에 순종하는 것을 배우며 안정성을 추구하고, 규칙을 잘 따르는 보수적 성향을 지닌다 또한 높은 기대와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완벽주의자가 되기 쉽다
둘째 혹은 중간 아이The Middle Child는 첫째와 막내 사이에서 틈을 찾는 위치에 놓인다 첫째가 잘하는 분야 외에서 관시;ㅁ을 보이며 부모의 관심을 보이려 애를 쓴다 이들은 가족 내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첫째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 하기 때문에 독립심이 강하고 경쟁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 또한 형제 자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고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 협상 능력이 뛰어나고 타협을 잘 한다 가족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가족 외의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데 더 능숙해지며 사회성이 좋다
막내 The Lastborn는 온 가족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자라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성장한다 부모의 관심과 자원 분배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며 관심의 중심에 있어 사교성이 좋고 부모의 경험이 쌓여 비교적 덜 엄격한 환경에서 자라 자유분방한 성향을 가진다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성향을 보이며, 부모의 너그러움과 과보호로 인해 독립심이 약해질 수도 있다 응석받이로 자란 영향으로 낙천적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매력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다 가족의 과보호로 독립심이 약하거나 타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오랜 세월이 흘러 생각해 보면 부모가 형제 자매에게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며 살아왔다는 것을 알고 나면 왠지 허탈한 심정이 되기도 한다 유독 중간아인 내게는 무관심하던 부모의 모습이 막내에게는 극진하게 보이기도 했고 첫째에게는 무한한 신뢰를 보내기도 했다는 점을 깨닫기도 한다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나역시 동일한 반복적인 상황을 보였다는 점은 반성의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그건 그냥 누구에게나 적용이 되는 보편적인 감정의 상태들이라고 치부하고 위로 받기에는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 형제자매가 많은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것도 이러한 자신의 성장과정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부모의 모습이 동일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보편적인 부모의 모습으로 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자랄 때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 용서가 되지 않았던 마음들을 이제는 가만히 내려 놓고 생각하면 부모 역시 첫째 둘째 셋째의 부모가 되는 일은 처음 겪는 일의 연속이라 그들이 알고 있는 한, 최고의 부모가 되려고 노력 했을 것이라는 점으로 이해에 가까운 마음을 챙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누구나 최고의 부모가 되고자 하고 나 역시 그랬겠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매번 다른 상황과 마음으로 자녀들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누구나 매번 첫째가 될 수 없고 그 첫째 역시도 나머지 동생들이 태어나는 순간 부모의 사람을 독차지 하던 빛나던 독점의 시기는 끝나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번이라도 받아 본 부모사랑을 독점한 사람이 부러울 수 있지만 잠깐 빛나던 것을 가져본 뒤의 상실감도 만만치 않게 고통스러울 수 있겠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도 별것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새삼 느껴진다
그래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그것이 무엇이든 다 지나가는 과정에 불과한 것인데 우리는 거기에 연연해 하고 마음을 다치고 홀로 괴로워 하면 생을 살아가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이러한 출생 순위가 갖는 특징과 아픔 등은 부모가 되어보고 나서 선뜻 이해되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상황과 마음이 다르기 때문에 그 때 그 감정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