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에게 -김지숙
가끔은
내 안의 어둠에게 묻는다
빛 닿은 곳의 침묵이
그 고요가 나를 비춘다
조용히 대답하는 마음을
날마다 끌어안으며
나는 나를 배워간다
완전하기 보다는 흔들리지 않고
완벽하기 보다는 하루를 껴안으며
비어있는 자리에 사랑을 더하며
그림자에게 묻고 답하며
손잡고 나란히 걸으면
비로소 나를 비추던
어둠에서도 빛이 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억눌린 자아와 대화하며 살아간다 이에 해당하는 자아를 그림자라고도 한다 물론 이러한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일기를 꾸준히 쓰는 일을 숙제처럼 해야 하는 의무감 같은 일들로 겪는 유년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가 한 일을 반성하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말고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바램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을 반성하고 자신이 지닌 부정적인 감정이나 긍정적인 면까지도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진심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과정이 바로 이 그림자와의 대화로 가능한 게 아닐까
이러한 그림자와의 대화는 칼 융의 심리학에 사용되며 그는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들만이 실천하는 13가지 습관을 갖는다고 했고, 그 중에서도 보통 사람들이 실천 가능한 습관 중 하나가 그림자와의 대화이다
성숙한 사람은 분노나 질투 같은 부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창의성 자발성 강점 등 억눌린 자아의 측면인 그림자와 대화하고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찾곤 한다 비단 일기를 쓰는 것에서 나아가 어른으로 성장하면 반성과 명상 등의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으로 자기 성찰을 하게 되고 이로써 자신의 그림자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완전하기에 온전한 삶을 살아가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따라서 아무리 자신이 성숙하고 완벽함에 가까운 존재라 여기더라도 여전히 약점은 존재하고 그 약점을 받아들여 불완전한 삶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림자와의 대화를 하게 되면 우리는 자기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지게 되고 의도적으로 침묵하며 자신의 고통의 원인이 무엇이며 고통을 통해 얻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고통을 통해 회복력을 키우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그림자와의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들은 자신의 불완전을 받아들이거나 이에 대한 성찰은 이루어질 수 없고 이러한 자신이 지닌 불완전함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더욱 불안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나가기도 한다 이는 불완전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않고 외면하기 때문이다
가끔씩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지금까지 나는 잘 살아왔는가 잘 살고 있는가 어떻게 살아야 더 잘 살 수 있는가 이런 저런 질문을 나의 그림자에게 하곤 한다 지속적인 성정을 위해서라고 말하기보다는 그냥 작은 습관처럼 그렇게 묻곤 한다
모자라고 불완전한 마음에 차지 않는 나의 삶일지라도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고 완전한 행복을 누리는 삶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드물다>는 옛말처럼 사람들의 삶이란 오히려 불완전하기에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인간의 삶이란 본질적으로 분완전하고 불안정하기에 더욱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
결국 그림자와의 대화란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이해하려는 과정이며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성숙이란 완벽이 아니라 부족한 자신을 끌어안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다 고통과 결핍을 부정하기보다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지고 그림자는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나를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이 된다
완전하지 않음이 곧 성장의 동력이 되고 불안정함이야말로 인간이 삶을 향해 걸어갈 수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에게 완벽한 답을 찾기보다 매일의 내면을 향한 질문에서 성찰하고 그림자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 더 단단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따라서 삶의 완전함이란 있을 수 없고 다만 자신의 부족을 인정하고 그것을 모두 품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그림자와 마주하는 작은 습관은 우리를 강하게 하고 불완전함에서 더 아름다운 인간다움을 찾아가는데 있다 결국 인간은 자신의 그림자를 끌어안으며 조금씩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자유와 평온을 배우게 되는 것은 아닐까